부산 사하구 신평동 염색공단내에 위치한 화승T&C 공장.

이곳은 IMF 무풍지대라 할만큼 활기가 넘친다.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일감이 밀려 임직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때 좌초직전까지 몰렸던 회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할만큼 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경영성적은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내준다.

올해 매출실적은 7백20억원으로 지난해의 4백92억원에 비해 46.3%가
늘었다.

경상이익도 지난해의 3억원에서 올해에는 1백8억원으로 36배가 불어났다.

이같은 쾌진격은 물론 뼈를 깎는 감량경영과 노사화합의 결과다.

화승은 지난 71년 문을 연뒤 화섬편직물과 인조털(파일)을 생산하며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지난 88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완구및 신발부문에 몰아닥친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면서 수지도 크게
나빠졌다.

91년부터 5년간 쌓인 적자가 1백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상태로 가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높아갔다.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한다고 느낀 노사는 드디어 95년말부터 경영혁신의
불을 댕겼다.

새로 부임한 고영립 부사장 등 경영진과 노전열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본격적으로 회사살리기에 나선것이다.

최우선 경영목표를 실리경영에 두었다.

조직의 군살빼기와 비능률제거를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조직도 단촐하게 했다.

불필요한 공정을 과감하게 줄이고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자동화를 통해 지난 95년 4백명이던 종업원을 현재는 2백명선으로
줄였다.

노조도 우선 회사부터 살리자 는 모토로 임금협상때 백지위임장을
제출하는 등 회사 힘모으기에 앞장섰다.

경영합리화를 위해 불필요한 인원의 정리에 노조가 솔선수범했다.

종업원들은 수도물을 한방울이라도 절약하기위해 애썼고 점심시간등에는
사무실의 소등을 생활화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보일러와 연결되는 배관라인 두개를 한개로 연결함으로써 매월
4백만원이상의 연료비를 줄이게 됐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연간 15억원이상의 원가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수출도 크게 늘면서 생산성도 2년사이에 60%이상 향상됐다.

화승T&C는 내친김에 내년을 제2성장기 원년으로 정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등 해외에 과감히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고부사장은 "내년 매출 목표를 올해의 2배 가까운 1천2백억원으로
잡았다"며 "노사가 힘을 합치면 안될게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