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현재 위기상황입니다.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에 위축이 되는 검찰권 발동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현 동양그룹회장은 28일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전국특별
수사전담검사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가로서 국제통화기금(IMF) 긴급구제자금
요청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급한 불부터 끌 수 있도록
검찰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서 모인 38명의 특수부검사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우리의
경제현황과 과제"를 설명했다.

현직 대기업총수가 일선검사를 상대로 "경제특강"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
이다.

현회장은 "노동(임금) 자본(금리) 땅(지가) 등 생산 3요소의 고비용 구조가
근본문제"라며 "한국주식회사가 정상화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무한경쟁의 글로벌마켓시대이며 IMF의 개입을 국제기준에
뒤떨어진 시스템을 국제기준에 맞추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할 때 대부분 검사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경제사건을 주로 다루는 특수부검사들답게 현회장이 경제진단과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메모를 하는 등 진지한 모습이어서 경제위기에
검찰도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구지검 김종수 검사는 "우리나라 경제가 가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으며 검찰권 행사방안에 참고할 만한 사항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수부검사들은 검사출신의 현회장과의 "짧은 만남"이 경제와 기업인을
이해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검찰은 이날 특강이 유익했던 만큼 경제검찰로 거듭나기 위해 최고경영자와
검사들의 공개적인 만남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