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국내 기름값이 사상 최고로 치솟을 것으로 예고되자 벌써부터
유통시장에서 대규모 사재기가 발생해 사상 유례없는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급안정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휘발유, 등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리터당 1백원내외가 오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리점이나 저유소, 주유소
등에서 가격이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가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휘발유 가격이 이달의 8백42원에서 내달에는 9백4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1백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유례가 없기
때문에 유통단계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대리점 S사의 경우 종전 하루 약 4만드럼에 그쳤던 휘발유 출하량이
최근 5만드럼 수준으로 늘었고 난방용 유류인 등유는 4만5천드럼안팎에서
7만5천~8만드럼으로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휘발유의 경우 최소 40kl (2백드럼) 이상의 저장탱크를 갖추고 있는
주유소들은 저마다탱크 채우기에 나섰고, 사용물량이 많아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정유사와 직접거래하는 대수요처들도 물량확보를 위해
정유사에 일제히 몰려 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2백만배럴 정도인 석유제품 거래물량이 평소보다
배이상으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이달말에는 유통시장에서
대규모 수급파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최근 남해안지역의 기상악화로 선박수송물량의 제때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는데다 내달치 예상가격 신고마감일인 30일이
일요일이어서 29일께는 수급불안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가는 지난 79년의 2차 오일쇼크때 한달사이에
50% 이상급등한 적이 있긴 했으나 당시에는 정부의 철저한 가격 통제하에
전격적으로 가격인상이 이뤄져 수급혼란은 없었다"면서 "이번 주말께
수급 불안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