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이야기는 물론 주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괴로움은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청각 장애인인 제가 그런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처지의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까지 모두 3백17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보청기를 증정, 참된 이웃 사랑을 실천한 공로로
25일 서울시로부터 생활현장의 숨은 일꾼으로 선정된 홍영희(온누리 대표.
49)씨는 이렇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홍씨가 21년간의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보청기판매업체인 온누리를
설립한 것은 지난해 2월.

서울시 감사실 서울시립대 인사계 강남구 서초구 총무과 등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동료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웠던 홍씨가 공직생활을 청산한
것은 순전히 청각장애 때문.

귀가 어두워 직장상사로부터 사람말을 무시한다는 오해까지 종종 받기도
했던 홍씨로서는 공직생활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 퇴직후 단국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교수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학업을 계속하기도
어려웠다.

고민끝에 홍씨는 보청기 판매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퇴직금과 전세금을
모두 합쳐 (주)온누리를 설립했다.

청각장애로 자신처럼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청각장애인들중에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귀가 잘 안들린다는 것은 곧 생계가 막막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홍씨는 특히 막노동자나 무의탁노인 생활보호대상자들중 청각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연락만 주면 즉시 무료로 보청기를 기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락처 (02) 745-0119

< 김재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