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60여명이 지난해 남태평양 도서국가 통가의 국왕에게 사기행각을
벌이며 극진한 대접을 받은 사실이 20일 뒤늦게 밝혀졌다.

바에아 통가 총리는 호주 캔버라에서 발간되는 뉴스레터 "퍼시픽
리포트"와의 회견에서 이들이 가짜 상을 수여하고 바닷물을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이 모두 사기였으며 자신들이 속절없이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통가측은 이들을 위해 가두 퍼레이드와 리셉션, 연회, 정중한 시상식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으나 사기꾼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이
무엇을 챙겼는지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사기단의 리더는 "신학박사 한민수"와 "박사 박준구"이며
"한국평화봉사단"과 "세계평화상 위원회"라는 단체를 들먹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과 박이 이끄는 사기단 일행이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바에아
총리 및 각료들과 함께 가두 퍼레이를 벌일 당시에는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으며 국왕이 참석한 "공장" 기공식은 관영지 기자가 와서 취재할
정도였다.

바에아 총리는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통가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바닷물을 천연가스로 만든다는 "설비"를 보여주며 통가에 공장을 세우고
싶다고 제의하며 미끼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들은 통가 사절단에게 이 기계로 막대한 천연가스를 생산, 수출할 수
있고 한국 경제를 신뢰할 수 없어 통가에 진출하고 싶다면서 "토지를
대주면 우리가 공장을 짓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바에아 총리의 설명이다.

바에아 총리는 "그들은 곧 목사와 몇몇 한국 기독교 교회 신도들 약
60명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십자군처럼 몰려와서는 설교하고 1주일 가량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뒤 돌아갔다.

그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땅을 마련해 놓았으며 기공식을 가졌고 주택, 자재
등을 조달했다.

그들이 떠난 뒤 엔지니어들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발한 구상에 집착한다는 평판인 국왕은 바닷물을 천연가스로 만드는
공장에대한 회의적 여론을 무시했고 한국인 사기단은 국왕 타우파하우
투포우 4세의 78회 생일을 맞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상을 내밀며 왕을
구워삶으려 했다.

국왕은 시상식장에 힌 군복을 입고 나와 "세계평화상 하베스터상"을
받았다.

한과 박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죄없는 국가를 건설하고 신이
창조한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은 공로"를 인정해 이를 수여하는 것이라며
호스니 무바라크이집트 대통령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총리 등이 역대
수상자였다고 속였다.

더구나 한은 통가인들은 몽골인 계통이어서 바에아 총리를 "몽골인
세계평화봉사단"의 총재로 선임하기로 했다면서 곧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첫 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기단의 감언이설이 주효한 듯 누알로파시는 이들을 위해 퍼레이드를
마련해주었으며 국왕은 이들이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했고 바에아 총리의
고향인 후마에는 축제가 벌어졌다.

사기단은 정부가 소유한 인터내셔널 데이트라인 호텔에 묵었다.

공장 기공식에는 이스라엘과 몽골,말레이시아 정부 대표라는 사람들이
참석했으며 한과 박으로부터 "컨버터"라는 것을 기증받은 국왕은 공장
건설을 통해 한국과통가 양국이 세계 평화를 위해 단합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통가 크로니클지에 따르면 국왕은 "부름받은 이는 많지만 선택받은 이는
드물다"는 사도 바울의 말을 빌려 통가가 처음으로 신기술의 혜택을 받은
것을 치하했다.

1주일 뒤 한국인들은 석양을 등지로 이 나라를 떠났으며 뒷소식은
없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