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직파 부부간첩 검거 사건은 간첩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우리의 안보의식을 다시 점검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은 서울대 명예교수가 36년간 암약한 고정
간첩으로 드러난데다 북한의 연계 간첩망이 지하철 철도 등 국가기간 동맥에
침투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국가안전기획부가 20일 부부간첩 사건을 발표하면서 "남파간첩과
국내고첩망에 대한 조사내용을 근거로 관련 혐의자 2백여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와 동향 내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서 끝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사대상에는 정치인 학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기부는 현재 국내에 핵심세력 1만여명 동조세력 3만여명 등 4만여명의
좌익세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건 발생직후 다른 고정간첩이 이번에 검거된 서울대 고영복 명예교수
에게 "상황이 위급하니 북경으로 급히 피신해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라"고
연락한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안기부는 설명했다.

또 부부간첩이 포섭대상자로 선정된 전국연합산하 울산연합의 정모씨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북한에서 왔다" "공화국에 같이 가자"고 접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부부간첩이 소속된 사회문화부는 국내의 공개된 정보자료를 분석, 1천5백
여명에 달하는 국내 진보성향 인사에 대한 신원분석을 마치고 중점 포섭대상
자로 선정,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안기부관계자는 이번 간첩침투가 직파간첩들이 휴대한 권총외에 다량의
독총, 독침 등이 기밀수집외에 요인암살 등 정국혼란을 노렸다는 증거로서
북한의 전략에는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속에도 여전히 대남공작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내 북한 추종세력을 조직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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