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실시된 19일 각 시험장에서는 이른 아침
부터 수험생 선배를 격려하기 위해 몰려든 후배들의 뜨거운 응원열기가
입시한파를 녹였다.

이날 시험장에는 프랑스월드컵 본선진출 등과 극심한 경제불황, 대통령
선거 분위기등 을 빗댄 갖가지 격려문과 응원가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시험장에 성신여고 학생 20여명이 "오-합격"
"오 레오, 우리는 챔피언" 등 붉은 악마의 월드컵 응원가를 변형해 선배들을
응원.

또 청담고 구정고 진선여고 현대고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서울 압구정
동 신사중학교에는 오전 6시부터 각 학교 1~2학년생들이 나와 장고 꽹과리
북 등을 동원, 학교별로 응원전을 펼쳤다.


<>.종로구 혜화동 혜화여고 시험장에서는 신광여고 1,2학년 1백여명이
교문주위의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위해 추운 날씨속에서도 새벽 3시부터 나와
응원을 준비해 눈길.

학생들은 인기듀엣 지누션의 "말해줘"의 가사를 바꿔 "정답을 말해줘,
1번이 답인지 4번이 답인지"라며 부르며 선배들을 응원.

<>.일부 수험생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지하철사고를 염두에 둔듯 아예
오토바이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기도.

딸을 오토바이로 이화여고까지 데려다준 김지흥씨(48.서울 성북구 미아동)
는 요즘 지하철사고가 잦은데다 시내교통사정을 믿을 수 없어 추위를 무릅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중동고 단대부고 등 7개교 자연계수험생 1천3백여명이 시험을 치른
서울개포중 교문앞에는 PC통신 툭구동호회인 붉은 악마들식 응원가와 동작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홍성범군(16.중동고 2년)은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것처럼
선배들도 대학에 합격하라는 취지에서 붉은 악마들이 사용한 응원법을
생각해냈다며 손발을 맞추기위해 어젯밤 11시까지 학교에서 응원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맹학교에서는 21명의 시각장애인 수험생이
올해 처음 도입된 "음성평가 도구"를 이용해 이전보다 나은 조건에서 수능
시험을 치렀다.

1교시 언어영역 시간 듣기평가 직후 워커맨 녹음기를 사용한 1명을 제외한
수험생들은 책상위 또는 서랍에 놓은 시각장애인용 특수녹음기에 나눠준
녹음테이프를 끼워 이어폰을 꽂은채 90여쪽에 달하는 점자문제지를 손으로
읽어내려갔다.


<>.서울 여의도중학교에는 뇌성마비자 53명과 약시자 34명 등 장애인
87명이 불편한 몸을 이끄로 고사장에 나와 꺾이지 않는 의지를 불살랐다.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한 채 학부모의 부축을 받으며 오전 6시30분께부터
고사장에 입장하기 시작한 장애인들은 이날 장애 성별로 마련된 7개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다.

전국 특수학교 기능경진대회 컴퓨터조작부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김구봉(20.
주몽고 3년)군은 "대학에 진학하면 경영정보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예일여자실업고 1학년때부터 그림그리기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는 뇌성
마비자 한선희(21)씨는 "비록 지난해는 아깝게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둬 덕성여대 미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
했다.

또 거의 앞이 안보일 정도의 심한 약시자인 이지나(20. 여의도고졸)양은
시험지를 크게 부이게 하는 확대기를 집에서 따로 가져와 시험에 응시,
뜨거운 향학열을 보여줬다.

<>.최고령 응시자인 이근복(73.서울 마포구 아현2동)옹은 입실완료 1시간여
전인 오전 7시께 부인 나귀랑(64)씨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 고사장인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연중학교에 도착, 손주뻘되는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차분히 시작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올해로 연거푸 4번째 대학입시에 도전하는 이옹은 "담담하다"면서도
"열심히 준비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겠지"라고 말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이날 고사장 주변에 헌병 오토바이 15대와
순찰차 7대를 배치, 시험시간에 늦어 다급해하는 수험생을 긴급 수송했다.

경찰도 순찰차 1천9백여대와 사이드카 2천여대를 배치, 수험생을 태우지
않은 일반차량의 통행을 통제하면서 지각 수험생 수송작전을 펼쳤다.

특히 특송업체인 퀵서비스는 전국에서 5백여대의 오토바이로 늦잠 등
부득이한 일 때문에 시험시간이 촉박해진 수험생을 태워 시험장까지 무료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김준현 김재창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