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에 세를 들면서 정확한 호수기재 없이 지번만 기재해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
경매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결은 단독주택 형태인 다가구주택 세입자가 지번과
정확한 호수를 기재해야만 대항력을 인정해 온 종래의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형선 대법관)는 17일 정모씨가 김모씨를 상대로
낸 배당이의신청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90년대 이후 많이 보급된 다가구주택의 경우
주택건설촉진법상 공동주택으로 허가, 건축된 것이 아니고 등기부나
건축물관리대장에도 층, 호수별로 구분해 등기돼 있지 않아 주민등록
전입신고시 그 동과 호수를 기재해야 할 법적근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다가구주택의 세입자는 지번만 정확히 기재했다면 대항력을 취득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사건의 경우 등기부에 각 호수가 기재돼 있으나
이는 법령상 근거없이 소유자들의 편의를 위해 등기공무원이 임의적으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며 "임차인이 지번을 정확히 기재해 전입신고를
한 이상 일반 사회통념상 그 주민등록으로 위 건물에 주소 또는 거소를
가진자로 인식할 수 있어 임대차의 공시방법으로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인 경우는
지번 다음에 건축물관리대장에 의한 공동주택 명칭과 정확한 동호수를
기재해야만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