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임금인 순종황제가 1926년 임종하기 직전 "한일병합
조약은 무효"라고 선언한 유서를 남긴 사실이 당시 교민신문에 보도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는 13일 "대한제국 순종황제가 1926년
4월26일 붕어하기 직전 병합조약은 자신이 한 것이 아니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밝힌 유조 (왕이 백성들에게 유언으로 남기는 조칙)가 미국
샌프란시코 교포신문인 "신한민보"에 같은 해 7월8일자에 보도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순종은 임종 직전 궁내부대신 조정구에게 "지난날의
병합 인준은 강린(일본을 가리킴)이 역신의 무리(이완용 등을 가리킴)와
더불어 제멋대로 해서 선포한 것으로 나를 유폐하고 협박하여 한 것"이라는
요지의 조칙을 내렸다.

이 유조는 일제의 탄압때문에 국내에서는 발표되지 못했으며 안창호
선생 등이 발간하던 신한민보가 2개월 뒤 이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교수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병합은 합법적이었다는 "망언"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종황제의 공포조칙이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밝히는 진술이 유조로 확인된 이상 일본 정부는 한국민과 한국정부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