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지금 그간의 고도 성장에 따른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해나가면 조기에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윌리엄 허드슨 PBEC(태평양경제협의회) 미국측 위원장(AMP사 사장)은
한국이 최근 겪고있는 경제위기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를 들러 방한한 허드슨 위원장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현재 7년전의 일본처럼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조기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드슨 위원장은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여전히 낮고 기업의 수익성도 높다"며 "이럴 때 일수록 수출을 확대해
경제회생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90년대 이후 미국이 누리고 있는 장기호황의 비결과 관련,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연방준비위원회(FRB)의 통화안정책에 더해 기업들의
경영혁신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것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드슨 위원장은 "개방확대를 통해 일본과 유럽기업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미국 기업 경쟁력의 실상을 파악하게 됐고 이것이 자극제가
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며 경제의 문턱을 없앤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미국기업들이 품질시스템 고용유연화 생산성제고 등에서 벌인
경영혁신의 결과 미국 제품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란 게 그의 주장이다.

허드슨 위원장은 미국의 슈퍼301조 발동 이후 확산되고 있는 한국내 반미
분위기에 대해서는 "원래 자기 나라에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에 대해선
거부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일축하고 "10여년전에 비해 몰라보게
선진국이 된 만큼 한국의 대외개방은 더욱 가속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국기업들도 개방추세에 적응해 양적 투자를 지양하고
투자의 내용과 질을 높이는 경영형태를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드슨 위원장은 전세계 50개국에 2백44개 사업장을 갖고 있는 전자.전기
부품업체인 AMP사 사장으로 99년부터는 한국의 전경련회장에 해당하는
미제조업자연합회(NAM)회장을 맡도록 내정돼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