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5년간 미국 뉴저지에서 살다가
지난 여름 아버지의 본국 발령으로 귀국, 현재 잠실의 한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다니는 최지은(가명.15세)양과 동생 종윤(11세)군.

지은양과 종윤군은 미국에서 돌아온지 넉 달만에 미국의 넓은 집과 학교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이른바 "역향수병"에 걸려 있다.

아버지에게 다시 미국에 돌아가자고 졸라댄다.

지은양은 국어시간에는 선생님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못해 웃음거리가
되고 수학은 어려운데도 다른 아이들이 질문을 안하다보니 혼자만 모르는
것같아 불안하다.

뿐만 아니라 학교친구들은 같은 초등학교친구 학원친구등 끼리끼리
어울려 자신은 왕따 (따돌림당하는 친구)신세이다.

내년에 고등학교에 가면 보충수업이다 과외다 입시준비에 시달려야
하는데 생각만해도 견뎌낼 자신이 없다.

한국말이 서투른 종윤군은 아이들의 놀림에다 교과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같은 아이들은 무시한채 진행되는 수업이 싫다.

숙제가 너무 많아 밤늦게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엄마와 씨름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침마다 학교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

기업체 해외주재원 유학생 등의 자녀로 외국에서 장기간 살다오는
귀국 학생들의 한국적응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학교와 주거환경에 대한 실망이나 또래들의
따돌림 등으로 한국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역문화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적응은 특히 교육제도나 주거환경 등 "삶의 질이 한국보다 월등히
나은" 곳에서 오래 산 아이들일수록 더욱 어렵다.

귀국학생이 드문 지방도시적응이 힘들게 마련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귀국학생수는 지난 91년 연 8백33명
수준이었으나 93년 1천2백36명, 94년 2천3백53명, 95년 2천7백7명,
96년에는 3천명을 넘어서는 등 급증 추세에 있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