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루머의 차이는 무엇일까.

명확한 판단근거가 없어 애매모호하다는 게 결론아닌 결론.

증권가 악성루머 유포사범에 대한 검찰과 증권감독원의 대대적인 합동
단속이 시작된 가운데 법원이 T공업에 대한 허위부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지난 8월 구속 기소된 I증권 법인부장 이모피고인에 대해 벌금 2백만원의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

이씨의 기소죄목인 형법상 신용훼손죄의 법정형량은 징역 5년이하 또는
벌금 1천5백만원이하.

증권가에 나도는 음해성 유언비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명분으로 증권사
간부를 최초로 구속한 이 사건이 이처럼 싱겁게 끝난 이유는 "고의성"이
없다는 것.

기아사태 이후 증권가에 특정기업의 부도설 등이 나돌면서 시작된 검찰
수사의 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는
증권맨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2단독 여상조 판사는 "증권가의 소식은
루머와 정보가 혼재하는 경우가 많고 명확한 구별도 어렵다"며 "더구나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보의 특성상 명중률 1백%의 순수정보를 제공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결배경을 설명했다.

주로 기관투자가만을 상대하는 법인부 책임자위치에 있는 이씨가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한 정보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우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

정보에 대한 확인책임과 투자여부는 순순한 투자자의 몫이라고 본 것이다.

더구나 이씨는 정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직후 이 사실을 "고객"
에게 긴급타전했으며 이 결과 관련업체의 주가는 충분한 수준으로 만회됐다고
여판사는 덧붙였다.

결국 이씨는 이러한 정상이 참작돼 회사퇴직사유로 규정된 집행유예를
피한 벌금 2백만원만 내고 다시 복마전과 같은 주식현장으로 복귀했다.

한편 증권감독원은 I증권에 대한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으며
현재로서는 감사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