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2시.서울 성동구에 있는 덕수정보산업고등학교 본관 1층
취업정보실은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에 학교측이 취업안내를 해주고 추천서도 나눠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취업전선에서 안전지대였던 실업계고교와 전문대학에도 하반기들어
취업한파가 밀어닥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사상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그 불똥이
실업계와 전문대로 튀고 있는것.

대졸자들이 취업이 쉬운 중소기업들로 하향지원하는 사례가 늘자
실업계고교 졸업생들의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다.

"실업고 금값, 전문대 은값, 인문계 대졸은 xx".

몇햇동안 유행하던 이 말도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90년대들어 이공계를 중심으로 전문대의 취업률은 해마다 80%이상에
달했다.

그래서 4년제 대학졸업후 다시 전문대로 들어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문민불황아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취업전문기관들은 내년 2월 전문대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70%선으로 작년의
81.9%보다 낮아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는 전문대와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이 60%선으로
떨어질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동양공전 취업정보실의 유정국씨는 "지난해만해도 전산학부등 이공계통의
졸업생은 90%이상 취업했으나 올해는 기업의 추천의뢰가 눈에 띄게 줄었고
현재 취업이 확정된 숫자도 지난해 절반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업계 학교중에서도 공고보다 상고의 사정은 더 나쁘다.

특히 여상보다 남자 상고는 심각하다.

덕수정보산업고(구 덕수상고)나 선린등 전통있는 명문고에도 2학기들어
추천의뢰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도 광명시소재 광명정보산업고의 경우 매년 2학기 초면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취업이 결정됐으나 올해는 아직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희준(18.여)양은 "대기업에서 오는 추천서가 예년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해 학생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많다"고 소개했다.

올초 학교명을 바꾼 덕수정보산업고의 권혁남 실과부장은 "중소기업들로
부터는 추천서가 오고 있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금융권이나 대기업이 보내는
추천서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측도 한 학생이라도 더 취직시키기위해 선생님들이
뛰고 있다.

덕수정보산업고는 이달들어 동문선배 기업인들에게 5백여장의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여상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낫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학생들이 원하는 금융권이나 증권회사등의 신입사원 선발이 없어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않다.

명문여상으로 해마다 취업률 1백%를 자랑하고 있는 서울여상도
지난해보다는 10% 정도 줄었다.

곽호문 실과부장은 "우리학교는 예년수준과 비슷하지만 다른 상고들은
지난해의 50%수준밖에 취업이 안돼 실업고등학교의 취업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취업전선에서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