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없이 맑고 청아한 소리가 주는 감동으로 넘쳐났다.

12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빈소년합창단의 연주회는
우리시대 최고의 소년목소리가 빚어내는 다양한 화음과 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경제신문사 새사옥 준공 및 창간 33주년을 기념한 이번 공연에서
21명의 소년천사들은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콘서트홀 2천5백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1부는 빈 왕실성당에서 불려지던 성가곡들로 채워졌다.

첫곡은 빈 소년합창단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아이작의 "인스브룩이여
안녕".

반주없이 부르는 곡에서 단원들은 정확한 음감을 보여줬다.

브룩 "마니피카트", 갈러스 "우리에게 나셨도다", 칼다라 "나는 생명의
빵이다" 등 옛 성가의 경건함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했다.

다음 순서는 스트라우스의 코믹 오페레타 "베니스에서의 생활".

장교 병사 귀부인 주방장 등의 분장을 한 단원들의 밝고 천진난만함은
장내를 환하게 이끌었다.

관객들은 노래뿐 아니라 제법 그럴듯한 연기를 해내는 소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부에서 합창단은 멘델스존 "너의 눈을 떠라", 브람스 "아베마리아",
슈베르트 "주저하듯 천천히", 스트라우스의 "해설이 있는 폴카와 왈츠" 등
매력에 흠뻑 젖게 했다.

한국팬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민요"도라지"가 소년들의 고운 미성으로
울려 퍼지며 1시간30분 가량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