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첨단의료장비는 물론이고 웬만한 의료용 소모품까지 외국에서
사다가 쓰고 있습니다.

반도체칩 하나,자동차 한대를 팔기 위해 기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쉬운 것부터 국산화하는 것이 나라사랑하는 길에 좀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복강경수술에 필수적인 투관침을 최근 개발한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여의도) 김응국 (외과) 교수는 위 쓸개 간 대장 소장 비장 등을 수술할때
배를 가르지 않고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추세여서 급증하는 투관침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산화에 나섰다고 밝혔다.

복강경수술은 복강에 탄산가스를 불어넣어 장기와 복벽을 이격시킨후
이공간으로 대롱모양의 복강경을 꽂고 수술도구를 넣어 수술하는 방법.

이수술에서 배에 구멍을 뚫을때 유도관역할을 하고 탄산가스가 새지
않게 하는 대신 갖가지 수술도구는 교대로 드나들수 있게 하는 것이
투관침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수술시 감염을 우려해 지난 93년부터 투관침을
1회용으로 전환했다"며 "국내병원에서는 수년전만해도 투관침을 대충 씻어
간단히 소독한후 사용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국내 복강경수술이 연간 2만건을 넘어서게 됨에 따라 1회용을
사용하게 됐는데 한번 수술에 약40만원어치의 외제 투관침을 사서
써야했다.

외화낭비도 크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투관침 구입비를 환자가
고스란히 떠맡아야 했다.

김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국산제품은 외국제품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에
불과한데다 수술도구를 덜 마모시키고 장기손상위험을 막기 위해 투관침
앞부분에 안전장치를 보완한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또 "80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수 있게 된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의료기구의 국산화를 위해 산학협동과 소재고급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복강경으로 담도속의 담석까지 능수능란하게 제거하는 김교수는
성모병원에서 가장 바쁜 교수로 꼽힌다.

또 수술기법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수술도구를 고고안하는등 왕성한
연구정신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