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우리 문화수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우리나라에서 나와야 합니다.

아무래도 기업이 나서서 지원하면 그 시간을 좀 앞당길수 있겠지요"

지난 봄 문예지 "21세기 문학"을 창간해 화제를 모은 김준성(77) 이수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문학상을 제정했다.

내년부터 연2회 1천만원의 창작지원금을 주는 "21세기 문학상"이 그것이다.

장편 대중소설이 유행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 중.단편 소설을 살려내기
위해서란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문단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학이 정말
위기를 맞고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발간되는 문예지 70여종이 전부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니 제대로 된 문학작품
이 소개되는 것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요"

김회장은 또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여진 수입문예사조가 유행하면서 문학이
점점 독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일부 대학에선 신춘문예에 당선되기 위해 합숙훈련을 하면서
판에 박힌 플롯구성과 스토리작성을 집중 연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역량있는 신인이 나올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금을 만들어 특정 문인이나 출판사를 도울 수도 있었겠지만 신인과 숨어
있는 작가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문예지와 문학상을
만들게 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번역문학상 제정이나 영문문예지 발간 등을 통해 우리문학의 세계화
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김회장은 지난 58년 단편 "닭" "인간상실"로 김동리씨의 추천을 받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작가.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84년부터 삼성전자회장 (주)대우회장 이수그룹회장
등을 맡으며 기업경영인으로 변신했지만 바쁜 틈을 내 창작에 몰두해왔다.

그동안 "사랑을 앞서가는 시간"등 장편과 수십편의 중.단편소설을 써왔고
지난해에는 문학사상사에서 3권짜리 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흐르는 돈" 등 돈을 주제로 한 연작 중편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