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농림부가 O-157 대장균의 국내최초 검출사실에 대해서조차
논란을 벌이며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대책을 추진, 축산농가와 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와 농림부에 따르면 축산물 위생을 책임지는 두 부처는
우선 O-157:H7 대장균의 국내최초 검출 시점에 대해서부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26일 국립동물검역소 부산지소가 미국 네브래스카산 수입
쇠고기에서 O-157:H7균을 발견한 것이 국내.외산을 통틀어 육류나 부산물,
축산가공식품에서는 최초로 검출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국내.외 소고기 및
그 부산물 등에 대해 실시한 검사 결과 국내산 소 간 1점에서 O-157:H7균이
처음 검출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종세 안전본부 독성연구소장은 "지난해 8월16일 안전본부의 검출사실
발표당시부터 농림부 수의학과학연구소측이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안전본부
가 검사한 시료를 달라고 요구해, 거절한뒤 양측이 공동재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박소장은 "그러나 안전본부에서 공동재검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의연 연구원이 농림부 지시를 이유로 느닷없이 철수했으며
이번에는 제3국의 권위있는 기관에서 실시하자고 제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안전본부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시료와 연구원을 보냈으나
CDC측이 한 나라의 정부기관끼리 서로 이견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는 실험
해줄 수 없다고 거절, 그대로 돌와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당시 안전본부 직원이 도착하기전 수의연에서 파견된 사람이 CDC측에
반대의견(Objection)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배상호 농림부 가축위생과장은 "안전본부와 3일동안 공동재시험을
한뒤 수의연 직원이 철수한 것은 이미 O-157:H7균이 아님이 확인돼 더이상
실험이 필요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권위있는 제3 기관에서의 실험을 다시 제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본부측이 가축질병 전문기관이 아닌 사람의 질병을 다루는 CDC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의연 직원이 현지에서 CDC측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출장명령서 기록 등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반박하면서
농림부로서는 지난해 8월 안전본부측의 최초검출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복지부와 농림부는 O-157균의 최초검출에 대해서조차 이견을 보일
뿐 아니라 관련대책에 대해서도 제각각으로 추진중이다.

지난 26일 농림부의 발표가 나자 복지부는 올해 안전본부와 농림부가 각각
유통중인 소고기 등에 대해 실시한 검사에서 O-157균이 검출된 일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대책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표시했었다.

그러나 복지부의 대책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휴일인 28일 오후 각
언론사에 긴급히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수입.유통중인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긴급수거검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거계획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29일 오전 농림부가 문제의 네브래스카산 소고기 5백42t은 이미
3백40여개 대리점과 수입소고기전문점 등에 풀려나가 유통중이라는 사실을
밝히자 복지부는 오후들어 구체적인 수거계획을 서둘러 작성, 발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축산물 관할권 일원화문제로 맞서온 복지부와 농림부가
공조체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총리실이
관련부처 실무자나 차관들을 소집, 종합적인 대책을 신속히 내놓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김정아.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