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관련 소송의 심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기업활동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기업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재판부가 한 사건만을 전담해 짧은 기간내에 재판을 마무리짓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하거나 상사거래사건 전담재판부를 증설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서울지법의 경우 대기업 관련소송은 현대산업개발과 한국중공업
사옥소유권을 둘러싼 분쟁 등 약 30여건에 달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4~5년째
심리가 진행중이다.

우성건설의 경우 삼풍백화점 붕괴에 따른 3천5백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이 현재 서울지법에 계류중이어서 3자인수조건의 변수가 되고 있다.

한화종금 인수합병과 관련된 민사소송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모사채
발행이 적법한지에 대한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
상태다.

신한종금사건 역시 회사주식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종호회장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중이다는 이유로 정작 민사소송의 경우 재판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건의 경우 소송에 지게 될 경우 물게 되는 지연손해금의 이자율은
시중금리보다 10%이상 높은 연 25%로 소송이 4년이상 끌게 될 경우 지급해야
할 지연손해금만도 원금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선고된 신한인터내셔날사기사건과 관련된 신용장 대금 청구
소송이 대표적인 예이다.

만약 한일은행이 패소했을 경우 원고인 파리국립은행에게 지급해야할 손해
배상액은 지연손해금을 포함, 9백50만달러로 소가액 5백45만달러(한화 약
50억원)의 2배 가까이 된다.

이처럼 신용장대금이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소송의 경우 소송서류송달에
만도 미국은 최소 6개월, 일본은 3개월이상 소요되는 것도 소송지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법관의 절대부족과 정기인사 등에 따른 주심판사의 교체도 신속한
사건심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지법은 94년부터 상사사건만 전담하는 전문재판부를 운용하고
있으나 최근 불경기여파로 폭증한 일반민사사건의 처리에 급급한 실정이다.

김인섭 변호사는 "소송은 정확성외에도 신속성이 생명"이라며 "특히 기업
관련 소송의 경우 판결확정이전까지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해당기업의 주가나 기업이미지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관계자는 "사건의 우선순위를 사안의 경중에 따라 판단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소송지연에 따른 기업들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현재 법원의
인력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심기.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