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검찰이 발표한 대규모 관급공사 설계.감리 담합입찰비리 사건은 국내
건설관련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담합입찰 비리의 일면을 보여준
데 불과하다.

이번 용역업계의 담합입찰 비리는 <>영세업체의 난립과 그에 따른 경쟁력
미비 <>고질적인 관련 공무원의 대가성 수뢰행위가 어우러진 구조적 병폐에서
비롯됐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설부문 용역업체는 지난 6월말 현재 모두 5백87
개사에 이른다.

이중 70%이상이 자본금 3억원미만, 고용 인원 20인이하의 영세업체들이다.

이들 영세업체들의 1년간 수주액도 평균 25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는 단위 용역업체의 경우 고용인원 1인당 최소 5천만원이상을 수주해야
채산성을 겨우 맞출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영세성을 면치 못하다보니 무제한 경쟁입찰에 의한 출혈경쟁보다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담합입찰을 택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체의 입장이다.

건설교통부도 용역업체의 담합입찰 비리는 이러한 용역업체들의 영세성과
그에 따른 경쟁력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용역업체 수주과정의 불투명성과 관련 공무원의 대가성 수뢰행위
도 담합입찰과 용역과정의 비리를 불러온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공무원 11명이 구속되고 8명이 불구속 입건된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건교부는 이와관련 오는 29일 공청회를 통해 입찰관련 제도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담합입찰비리가 업체의 영세성과 난립에 따른 것인만큼 용역업체
의 대형화와 일정자격이상의 등록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함께 입찰 참가 업체수를 현재의 5~7개에서 그 이상으로 늘리고 업체
선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정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밖에 업체와 관련 공무원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도 함께 모색, 담합
입찰은 물론 공무원의 뇌물수수 비리도 없애 보겠다는게 이번 사건을 바라보
는 건교부의 각오이다.

< 김상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