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교통경찰".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과 이착륙을 책임지고 있는 항공 관제사를 일컫는
말이다.

지난달 초 대한항공 801편의 괌 추락사고이후 관제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공항을 찾는 일반인들의 눈에 관제사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관제사없는 항공기 운항은 불가능하다.

"국내 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민간 관제사는 2백여명이 안됩니다.

괌사고의 경우 공항 관제사의 실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관제사
들의 실무능력은 세계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김포공항에서 8년째 관제업무를 보고 있는 고시영 관제사(40세)는 국내
관제사들의 실무경험은 어느 나라 관제사 보다도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관제사는 고도의 기능과 냉철한 판단력이 요구되는 직업으로 현장에서
일하려면 최소한 10년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다.

고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베테랑관제사.

국내 유일의 관제업무 교육기관인 공군기술고등학교를 거쳐 공군에서
12년간 전투기 관제업무를 하다가 전역했다.

김포공항에서만 올해로 8년째 관제사로 일하고 있다.

"관제사는 외롭고 고독한 직업입니다.

업무의 긴장도도 높아 김포공항에 근무하는 40명의 관제사중 상당수가
위장병 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관제사는 업무 특성상 24시간 레이더 스크린을 보면서 항공기 좌표와
씨름해야 하고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치 않는다고 강조한다.

현재 김포공항에 하루 평균 6백편 이상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것을 고려
하면 관제사 1인당 15대 가량의 항공기를 관제하는 셈.

고씨는 "지속적인 야간업무와 긴장으로 힘들때가 많지만 4백여명의 승객을
태운 대당 2천억원이상의 대형 항공기를 안전하게 유도시켜 활주로에 착륙
하는 모습을 보면 희열을 느낀다"고 자랑한다.

그는 이어 "국내 관제사들의 대부분이 군에서 10여년간 실무경력을 익힌
데다 현장에서도 5년이상을 근무한 베테랑"이라고 소개한뒤 "관제사들이
선진국의 항공기술 동향과 이론을 배울 수 있는 해외연수나 체험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