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이 법적 분쟁해결의 새로운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서울고법의 경우 지난해 접수된 전체 민사본안소송중 5.8%에 불과하던
조정건수가 올해 들어서는 20.6%로 3배이상 증가해 월평균 80건정도를
조정으로 처리하고 있다.

조정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함에 따라 조정결과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숫자 역시 급격히 감소해 서울고법의 경우 조정제도가 시행되기 전 35%에
이르던 상고율이 지난해 30.7%로, 올해의 경우 지금까지 27%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민사사건의 경우 선고까지 통상 6개월이상 걸리는데 비해 조정은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의 의견조회를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당사자의 양보를 이끌어 냄으로써 불필요한 소송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의료분쟁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못한 피해자들이 병원측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다 병원으로서도 의사의 과실이
없더라도 수술전 사전설명의무나 의사의 직업윤리를 엄격히 적용한 판결을
내리는 최근의 판결추세가 맞물리면서 조정을 통한 분쟁해결율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지법 민사합의 15부는 염색체 검사과정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판정했으나 다운증후군에 걸린 태아를 출산한 부모가 병원측을
상대로 낸 6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0.1~0.5%의 검사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로 병원측이 4천5백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정으로 양측의 분쟁을 해결했다.

또 서울고법 민사2부도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했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동맥류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되 장례보조비로 3천만원을 지급하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강인원판사는 "미국의 경우 소송접수건수의 90%이상이 ADR(판결외
분쟁해결)방식인 조정이나 화해의 경우로 해결되고 있으며 판결로 끝나는
경우는 10%에도 못미친다"며 "특히 조정의 경우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
들의 자문을 받음으로써 보다 합리적이고 실제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고
있어 당사자들의 승복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