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을 내 손으로 구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일은 참으로
매력있는 직업이죠"

삼성3119구조단 특수구조대원 한경우(29)씨.

7년간 해병대 특수수색대에서 군복무를 한 한씨는 지난 94년 1월 중사로
제대하자마자 국내 최초의 민간구조단체인 삼성3119구조단에 들어갔다.

스킨스쿠버 강사와 잠수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딴 그는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

한씨는 구조단 입단후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국제구조전문기술 연수를
받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후 서울소방학교, 응급구조사교육, 산악구조교육 등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한씨는 진정한 프로페셔널 구조대원으로 거듭났다.

"구조대원은 단순히 좋은 일만 하면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도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한씨는 그동안 95년 12월 광명시장 화재진압 및 복구활동, 96년 4월
남한강 버스추락사고, 같은해 7월 문산수해지역 복구활동 등을 폈다.

그러나 그는 대한항공기 추락사고가 난 괌 사고현장에서 사체발굴 및
잔해제거 작업을 통해 자신과의 가장 처절한 싸움을 벌어야만 했다.

한씨는 사고발생 1주일이 지난 13일 괌에 급파돼 24일까지 12일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고된 작업을 수행했다.

거의 매일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속에서 뼈 한조각이라도 더 찾기위해
흙을 파고 또 팠다.

사고현장 일대는 완전히 진흙탕이어서 무릎까지 빠졌다.

빗물에 쓸린 흙이 계속 사고현장을 덮는 바람에 몇차례나 흙을 다시
파내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은 이국땅에서 가족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유족들을 달래줘야 한다는 책임감 뿐이었다.

"시신발굴 작업을 떠나는 첫날 웬 아주머니가 저를 붙잡더군요.

아주머니는 제게 딸의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딸이 비행기 중간에서 약간 앞쪽에 앉아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시신이라도 꼭 찾아달라고 얘기하더군요"

한씨를 비롯한 구조대원들이 매일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유족들은
구조대원 옆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혹시 가족이 발견됐을까, 생존자는 없을까,마치 잃어버린 자신의 가족을
만나고 온 사람처럼 구조대원들을 맞았다.

유족들에게는 구조대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장 큰 위안이었다.

3119구조대원들은 시신 13구를 건져내고 흩어져 있는 유골을 찾아
52개의 비닐백에 담았다.

미 NTSB와 군인들이 작업을 중단하려고 할때에도 2~3일만 더 하자고
해 추가로 잘린 발과 유골들을 찾아내기도 했다.

한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응급 및 재난구조체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됐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사고, 서해 훼리호 사건 등 큰 사건을
수없이 당해도 우리나라의 재난구조는 여전히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사고가 나면 우왕좌왕하면서 환자를 무조건 병원으로만
보내려고 합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도 제대로 못하다 보니 병원으로 호송도중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한씨는 앞으로 한국 제일의 특수구조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불태우고 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