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했다 하더라도 이를 거래당사자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형사항소5부(재판장 강민형 부장판사)는 28일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다음날 부도날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3천7백여만원대의 물품을 납
품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백만원을 선고받은 장준익(서울 도봉
구 방학동)피고인에 대해 이같이 판시,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반적으로 거래당사자의 신용상태가 어떤가를 살
필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으므로 거래당사자는 자신의 신용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며 "장피고인이 회사가 부도날 것을
알면서도 이를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
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은 아직 대법원 판례로도 정립돼 있지 않은 것이어
서 앞으로 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장씨는 부도난 회사 외에도 다른 회사를 경영하고 있
어 물품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장씨가 부
도 이후에도 물품을 계속 납품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불법행위로 볼 수 없
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94년 6월 자신이 운영하던 (주)고려익스프레스가 부도를 내기 하
루전에 엄모씨로부터 3천7백여만원대의 텐트를 납품받았다.

이에 엄씨가 "장씨가 부도예정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텐트 납품대금을 받
지 못하게 됐다"며 장씨를 고발했고 검찰의 기소후 1심법원은 사기죄를 적
용,벌금2백만원을 선고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