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어느날 아침.강남구 논현동에 사는 김철수씨(33)는 맞벌이 하는
부인과 함께 동사무소에 들러 3층에 있는 연화어린이집에 아들 민(3)을
맡긴다.

그리고 지상 1층에서 주민등록등본 한통을 띈뒤 회사로 출발한다.

퇴근후엔 5층에 마련된 논현체육교실로 올라가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다진다.

논현동 사무소가 "논현문화복지회관"이란 간판으로 9월10일 새롭게 문을
열면서 가능해지는 김씨 가정의 변화다.

동사무소의 모습이 이와같이 딴판으로 바뀌고 있다.

행정만을 전담하던 기관에서 레저와 교육을 겸하는 "복합빌딩"으로
역할을 달리하고 있는 것.

동사무소의 변화를 앞장서서 담당하고 있는 구는 단연 재정자립 1위의
강남구.

구는 동사무소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한 단순 증명발급 업무만으론
변화하는 주민욕구에 부응할 수 없다고 판단, 이노베이션의 깃발을 올렸다.

구는 특히 영세민 위주의 소극적인 복지정책을 탈피, 중산층 주민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실제 이용하는 복지시설을 곳곳에 만들어 주자는 취지다.

구는 논현빌딩을 시작으로 청담1동 논현1동 신사동 역삼1동 대치2동
동사무소를 복합빌딩으로 개조하기 위해 건물을 신축중이거나 부지매입에
나서고 있다.

복합빌딩에는 동사무소를 기본으로 여성센터 어린이집 째즈교실
헬스클럽도서관 대강당 등이 들어선다.

특히 "이용료의 유료화"는 주민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무료면 시설이 부실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시설 이용를 꺼린다는 우려
때문이다.

예컨데 논현체육시설은 한달에 강습료가 1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강남구는 관내 26개 동사무소를 모두 이같은 복합빌딩으로 다시 짓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동사무소의 복합빌딩화는 서울시가 확정한 시민복지5개년계획과도 궤를
같이해 다른 구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