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들을 보느라 자주 학원을 빠졌는데 합격했다니 꿈만 같습니다"

김영숙할머니(60.경기 부천시 중동 신도시 한신아파트 1315동 601호)는
27일 대입 검정고시 합격소식을 전해 듣고 집에서 남편 김두인(66)씨, 막내
아들 정섭(28)씨와 함께 기쁨을 나누며 이같이 합격소감을 밝혔다.

김할머니는 지난 94년 6월 서울 고려학원 검정고시반에 등록한 뒤 95년
6월과 96년 5월 연속 중입 및 고입 검정고시를 통과한데 이어 올해 대입
검정고시에 붙는 등 3년만에 3개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다.

26년간 속옷장사를 해 큰아들과 외동딸을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각각
키우는 등 세 아들과 딸을 모두 대학을 졸업시켜 주위에서 ''장한 어머니''라고
찬사를 받는 김할머니는 정작 자신은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해 항상 못배운
것을 한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중입 검정고시를 본데 대해 김할머니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김할머니는 "몇년전 우연히 내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꿈을 꾸었는데
이는 못배운 한과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돼 공부하기로 작정하고 큰아들이 재수할 때 다녀 알고 있던
고려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물론 오늘의 영광은 김할머니의 굳은 의지와 학구열이외에 가족들의
성원에 힘입은 것이다.

중입 검정고시를 준비할 땐 1년에 단한번 거르고 부천서 서울 종각전철역
까지 매일 왕복 4시간씩 전철 통학을 했으며 친지와 친구들의 놀러가자는
유혹 등을 뿌리치기는 쉽지가 않았다.

또 오전 6시에 집을 출발해 오후 8시에 돌아오는 등 대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못지 않은 강행군을 3년간 계속, 세탁을 포함한 집안일은 남편 김씨가
대신하는 등 외조를 했다.

김할머니는 "공부를 시작한 이후 주위에서 10년은 젊어졌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며 "앞으로 2년간 수능시험을 준비해 방송통신대 유아
교육과에 꼭 입학, 손자같은 어린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겠다"고 야무진 꿈을
펼쳐보였다.

<부천=김희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