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과외에 대한 준비와 효과분석이 제대로 안된상태에서 지난 25일부터
방송이 시작되면서 일선교육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7일 각급학교 및 입시학원에 따르면 위성과외방송개시이후 서울 등 전국
각지의 고교에서는 위성방송교재를 정규수업시간에 채택해 가르치는가 하면
보충수업시간 전체를 위성과외에 할애하는 등 학교교육이 위성과외에 맞춰
파행으로 운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학생들은 그동안 공부해온 교재외에 위성교재를 새롭게 공부해야 하는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위성과외에서 수능시험이 출제된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면서
위성교재는 마치 "수능의 바이블"로 여겨져 위성교재 과외까지 생겨나고
있다.

서울 배와여고는 원래 9시까지 운영하던 보충학습 시간을 고3 파이널
위성수능강좌가 끝나는 9시15분까지 늘려 위성과외 시청을 권장하고 있으며
정규수업시간을 이용해 위성교재를 가르치고 있다.

이 학교 김시대 3학년 주임은 "고3학생들이 위성과외를 보는데 시간을
많이 뺏겨 제대로 정리를 못하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수업
시간에 위성교재를 다룰 수밖에 없다. 학교수업이 위성방송교육을 따라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상당수는 위성과외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교육부의
위성과외 권장 방침과 수능시험 출제설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 경신고의 한 교사는 "하루 7~8시간 수업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일정
속에서 다른 공부는 제쳐두고 TV앞에 앉아 공부한다고 실력이 늘지 않을 것"
이라고 단정했다.

서울 강남의 H고교 3학년 김승일군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위성과외 실시로
새로운 교재만 하나 추가됐다며 부담스러워한다. 학교수업과 보충수업,
모의고사 준비 등으로 제시간을 갖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이제는 아예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위성과외가 시작되기 전 꾸준하게 공중파 교육방송(EBS)을 보아오던
학생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교육부는 그동안 교육방송의 수능특강이 수능시험에서 73~85%의 적중률을
보였으며 수능시험 수석자도 수능특강의 도움을 받았다고 홍보를 해왔다.

이에따라 학생들은 위성과외를 볼 것인가, 교육방송 수능특강을 볼
것인가를 놓고 고민중이다.

입시학원들은 앞다퉈 위성교재를 채택한 강좌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교신학원 박향자 상담실장은 "위성과외에서 수능시험문제가 나온다고
얘기가 돌면서 재수생들도 당황해하고 불안해한다. 이에 따라 과학탐구영역
1달 속성반, 언어영역반, 수리영역반 등에서 위성교재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