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과 유명 연예인, 폭력조직 두목 등 부유층 인사 40여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최근 1년여동안 1천2백만달러(1백억원) 이상의
거액 도박판을 벌이고 외화를 불법 유출한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유성수 부장검사)는 21일 카지노에서 거액을 빌려 도박을
벌인대전 동양백화점 부회장 오종섭(41)씨와 화일전자 전무이사 윤장혁(36)씨
서울 강남구 스위스안경점 대표 박종섭(46)씨 등 4명을 적발, 이들을 상습
도박과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 카지노 한국인 마케팅 담당자인 재미교포
로라 최씨(42)와 속칭 환치기 업자인 원단제조 수출업체 (주)동중물산 대표
강주원씨(42), 나영희씨(44) 등 4명을 외국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동양백화점 부회장 오씨는 지난 18일 보석금 1억원을 내고 법원으로부터
보석허가를 받아 석방됐다.

검찰은 이와함께 가수 매니저이자 개그맨인 장고웅씨등 유명 연예인과 광주
지역 폭력조직 두목.전직 정치인.방송사 프로듀서 등 30여명도 최씨로부터
1인당 10만~20만달러(8천만원~1억6천만원 상당) 이상씩을 빌려 도박을 해온
혐의를 포착,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미라지호텔 카지노에서
한국인 마케팅 담당자인 최씨로부터 모두 3백55만달러(28억4천만원 상당)를
빌려 최고 3만달러(2천4백만원 상당)의 판돈을 걸고 "바카라", "블랙잭" 등
상습 도박을 벌인 혐의다.

윤씨와 박씨도 미라지 호텔 카지노에서 지난해 9월이후 최씨로부터 각각
32만5천달러(2억6천만원 상당)을 빌려 도박을 한 혐의다.

오씨 등은 귀국한뒤 한화로 빚을 직접 변제해왔으며 최씨는 환치기 업자인
강주원씨 등을 통해 수출대금을 조작해 미국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확보한 로라 최씨의 카지노 고객 명단에는 지난 9일 이미 구속된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차남 원근씨와 오씨 등을 포함, 40여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고 이들의 빚은 모두 1천2백만달러(1백억원 상당)에 달했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