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소유의 땅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단으로 점유한 경우
비록 20년 이상을 점유해 왔다 하더라도 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다른 사람의 토지에 대한 무단 점유기간이 20년 이상일
경우 소유권을 인정해 왔던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엎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용훈 대법관)는 21일 국가소유의 땅을 27년간
점유해온 유모(서울 종로구 신영동)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에서 "토지점유자가 점유를 시작할 당시
이 토지가 타인 소유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면 이는 소유할 의사가 없이
점유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타인 소유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해준 대법원 판례는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자신에게 소유권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남의 땅을
무단으로 점유했을 경우 토지의 실제 소유자가 나타나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사회통념"이라며"이번 판결은 재산법 해석에서
우리 사회공동체의 생활경험과 보편적 도의관념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국가나 개인의 토지를 도로나 건물 등으로 무단점유해온
개인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지난 71년 자신의 서울 공항동 집 옆에 있던 국가소유의 땅을
마당으로 사용하다 지난 91년 "점유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으므로 소유권을
넘겨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재판부는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