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한국을 찾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1번지 이태원.

그동안 각국의 통상압력과 남대문 동대문시장 등과의 경쟁과정에서
그 명성이 바래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지역 상인들과 관계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태원을 다시
명소로 부상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용산구(구청장 설송웅)는 오는 9월초 이태원 일대가 수도권 최초의 관광특구
로 지정된다고 19일 밝혔다.

대상지역은 이태원입구~한남2동사무소 1.4km 구간으로 넓이 11만5천9백46평
규모다.

관광특구내 상가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는
등 상권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제공된다.

이태원의 관광특구 지정은 지난 94년 이태원 상인연합회 상인들이 구의회에
처음 청원서를 제출한 이래 꾸준히 추진돼 왔으며 지난 6월9일에는
문화체육부가 지정을 예고한바 있다.

설송웅 용산구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쇼핑 유흥 등 지구별 특화
개발 <>자기상표 개발자금 지원 <>주차시설 확충 <>공항버스 운행추진 등
이태원 관광특구 지정에 따른 개발대책을 발표했다.

설구청장은 "이태원이 쇠퇴한 가장 큰 이유는 불법 가짜상표를 대체할
자기상표가 없다는 점과 차댈 곳이 없다는 점 두가지"라며 "중소기업에 최대
2억원씩의 자금을 지원하고 옛 한남동 면허시험장 부지 등 주차장을 대폭
확충해 갈 것"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이태원 상인들의 반응은 일단 환영이다.

이른바 "이태원 스트리트 1번지"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앞길 남성복
가게주인 정성모씨(44)는 "기대가 크다.

유흥업소 영업시간이 연장되고 관광투어나 호텔투어 코스로 지정되면 일단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원 아리랑쇼핑상가 김모씨는 "그동안 나이키나 리복과 같은 우리 상표가
없어서 고전해왔다.

당국의 지원이 실질적인 것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지하철 6호선 공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주차사정이 더욱 악화돼
타 상가에 상권을 뺏기고 있다며 정부의 주차장 확충과 교차로 개선책에도
큰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일반인을 중심으로한 관광특구 지정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아닌 내국인을 위한 관광특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상가의 경쟁력이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흥업소 영업시간이 늘어나면
결국 밤늦게 3차를 찾는 내국인 술꾼들이나 끌어 모으게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물론 용산구 문화공보과 이진선과장은 "대전시 유성 관광특구를 보더라도
심야 술꾼들은 잠깐의 호기심에 몰리다 다시 없어졌다"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쨌든 심야영업이 상가를 회춘시킬 만병통치약은 될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멀어져간 외국인의 발길을 이태원으로 되돌릴 가장
큰 방법은 경쟁력있는 상품과 색다른 이벤트 뿐"이라며 이곳에서도 면세상품
을 취급할수 있도록 허락하는 정책과 같은 과감한 정부차원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원에서 나이키나 리복 상표의 운동화 몇켤레만 사면 외국인 관광객의
왕복 비행기값이 빠지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굳이 이태원을 관광특구로 지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이태원은 한국 관광산업의 잣대가 됐다.

이태원 살리기가 바로 기로에 선 관광산업 살리기가 된 셈이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