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귀순자중 1호 박사가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79년 7월27일 북한군 제3사단 민경대대 부소대장으로
근무하다가 서부전선 철책을 넘어 귀순한 안찬일(43)씨.

현재 북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는 안씨는 오는 22일 건국대에서 "북한의
통치이념에 관한 연구-전통사상의 수용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안씨는 지난 84년 고려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받고 90년 건국대
정치학 박사과정에 들어간지 7년만에 박사학위를 따냈다.

특히 북한에서 영어를 전혀 배우지 못한 안씨는 박사학위 자격종합시험에서
5차례나 떨어지는 실패를 겪으면서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아 주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안씨 논문의 요지는 오늘날 북한에는 기존의 주체사상은 사라져버렸다는 것.

특히 주체사상은 유교의 가부장적 충효이데올로기를 교묘하게 배합해 김일성
-김정일 부자세습 체제와 1인독재를 위한 논리로 변질된 것에 다름아니다고
결론지었다.

안씨는 이 논문을 위해 북한 문헌 1백여편과 국내외 논문 7백여편 등 방대한
자료를 섭렵했으며 조만간 논문을 책으로 출간한뒤 영어로도 번역 출판할
계획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