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를 앞두고 중학생들 사이에 "학원과외"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에서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고
학교생활기록부 (내신성적)로만 신입생을 뽑기로 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내신선발의 경우 전교 총석차가 60%안에 들어야만 일반고 진학이
가능하게 돼 내신성적 향상을 위한 과외 수요가 그 어느때보다 급증하고
있는 것.

특히 작년만해도 일반고 진학률이 90%에 달하던 강남 목동 지역 등은
진학률이 60%가량으로 떨어지게 돼 "내신비상"이 걸린 상태다.

올 여름방학동안 서울 강남의 입시전문 K학원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50여만원을 주고 전과목 과외를 한 신모군(S중 3학년)은 "1학기
성적이 좋지 않아 방학내내 피서 한번 못가고 공부만 했다"며 "2학기에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일반고 진학이 어려워 고민이다"고 말했다.

또 교과목외에 음악 미술 체육 등을 학원에서 배우는 학생들도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음악의 경우 피아노 바이올린 등은 오랜 시간이 소요돼 학원에서는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악기로 단소를 선정해 가르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단지내에 있는 H음악학원 원장은 "고교입시가
내신선발로 바뀌면서 예체능과목 성적을 올리기 위한 중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다른 악기를 전혀 못다루는 학생들을 위해 1개월
코스로 마련한 단소강좌에 제일 많이 몰린다"고 밝혔다.

한달과외비는 전과목 수강료 50~60만원에다 예체능 과목 하나에
12~20만원이 들어 한달 과외비는 1백만원을 넘는다.

이같은 과외비부담으로 학부모들은 허리가 휘어질 정도다.

학급에서 중간정도의 성적인 중3짜리 딸을 둔 주부 이모씨(40.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작년만 해도 영어 수학 정도만 과외를 하면 됐다.

그러나 내신선발로 바뀌면서 부모입장에서 전과목 과외를 하지 않고는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교육당국은 어떻게 하면 과외비를 늘릴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 집단
같다"고 울화통을 터뜨렸다.

입시전문가들은 "98학년도 서울 일반고 수용률은 63%(97학년도 62.1%)로
전교성적 상위 63%안에 들어야만 일반고 진학이 가능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학생들의 내신을 올리기 위한 과외 열풍은 쉽게 식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