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괌지점장 박완순(44)씨.

그는 이번 사고로 두 가족을 잃었지만 누구보다도 사고수습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 주위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두달전 괌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은 박씨는 이달초 회사업무차 한국에
들렸다.

지난 5일 괌으로 돌아왔다.

하루뒤엔 부인 김득실씨(46)와 딸 주희(14) 아들 수진(12)군이 오기로
돼있었다.

하지만 박씨말대로 "운명의 장난"이었다.

부인과 자녀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고 만 것.박씨는 사고소식을 듣자말자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

얼마안지나 부인과 아들 수진군이 운명을 달리한 것을 안 그는 억장이
무너졌다.

"다행히 딸은 비행기 폭발순간 옆에 있던 승무원이 꼭안아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며 눈물을 훔치던 박씨는 "하늘에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부인과 아들을 잃은 슬픔속에서도 박씨는 사고이후 가장 앞서서
수습을 위해 애쓰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보였다.

현장을 안내하고 속속 도착한 대한항공 대책반을 지원하면서 피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중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있는 딸을 간병하는 대신 생존자 확인과 사망자
수습을 위해 누구보다도 앞서 사고현장을 누비고 돌아다녔다.

슬픔을 돌볼 겨를도 없이 업무에 충실하던 박지점장은 8일 오후에야
부인과 자녀의 신체특징을 기록한 카드를 들고 유족신고대책반을 찾았다.

그는 "너무 가혹합니다. 왜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다른 유족들 앞에서 감정을 억제해왔던 그는 끝내 말을 맺지 못하고
흐느꼈다.

하지만 박씨는 "시신 확인을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도와줘야 합니다.

앞으로도 사고수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며 또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 괌=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