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사고 여객기가 착륙할 예정이던 괌의 아가냐 공항은 항공기의
안전착륙을 유도하는데 필수적인 관제장비가 작동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 관제사가 항공관제를 맡고 있어 사고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연방항공국(FAA)의 팀 파일 대변인은 이와 관련, 아가냐 공항이 사실상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정부요원이 아닌 민간관제사가 보잉 747기 등 대형
여객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미항공당국은 이 때문에 공항측의 과실을 염두에 두고 추락원인을 조사중
이다.

괌에 취항해 온 대형 여객기 조종사들은 지난달 7일 아가냐 공항의 착륙
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가 정비를 위해 9월12일까지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장치는 지상과의 거리를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것으로 비행기를 활주로와
평행이 되게 하는 로컬라이저와 함께 2대 안전착륙 장치를 이루고 있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작동이 안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이 때는 조종사들이
로컬라이저와 육안에 의존해 항공기를 착륙시키게 된다.

육안에 의존하기 때문에 착륙에 필요한 가시거리는 평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

사고 당시 가시거리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5백70m 상공에서는
호우가 쏟아지고 1천50m 상공에서는 흐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내 6백84개의 관제탑중 "항공기 이착륙이 드문" 1백25개 공항의
관제탑에서 FAA 관제요원이 아닌 민간 관제사를 고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82년 관제사들의 파업 증가와 비용절감을 위해 시작된 현상으로
이착륙 비행기의 종류와 기타 요소들이 감안되기는 하지만 주로 비행기의
이착륙 빈도가 낮은 공항에만 적용돼 왔다.

아가냐 공항은 연간 6만4천1백24편의 비행기 이착륙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