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 추락사고는 아직 사고원인을 알 수
없지만 추락지점이 아가냐 공항 전방 약 3마일(4.8km) 지점이었다는 점에서
사고 여객기가 마지막 착륙 단계에서 기상악화와 공항의 착륙유도시설의
기능 미비가 겹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건교부 항공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가냐 공항에는 정밀계기착륙(ILS)
시설이 갖춰져 있다.

ILS는 시계가 8백m 이내의 불량한 상태에서 항공기가 계기를 이용해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시설이다.

ILS는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전파를 발사해 주는 LLZ와 글라이드 패스(GP),
마커시설(표지장비)로 구성된다.

LLZ는 활주로 중심선을 따라 전파를 발사해 착륙하기 위해 공항으로 접근
하는 항공기에 활주로의 위치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항공기 접근 방향의
활주로 반대편끝쪽에 위치해 있다.

GP는 활공각도 또는 착륙각도를 유도해 주는 시설로 항공기가 접근해
들어오는 쪽 활주로 끝에서 3백m 지점에 위치해 보통 활주로에서 3도 각도로
전파를 발사해 접근해 오는 항공기가 착륙각도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ILS는 이와 함께 접근거리정보를 제공해 주는 시설로 일반적으로 접근해
들어오는 쪽의 활주로 끝에서 7천~1만m 지점에 설치되는 아웃 마커와 1천m
지점에 설치되는 미들 마커, 3백m 정도의 지점에 설치되는 이너 마커 등
마커시설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보면 사고 여객기의 추락지점이 공항 전방 약 5km 지점이었던 점으로
미뤄 사고 여객기는 마지막 착륙단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사고당시 제11호 태풍 티나가 괌에 상륙중이었고 현지 공항
자동착륙기기가 고장났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대한항공의 발표에 주목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장난 장비는 ILS의 3가지 시설중 활공각도를 지시해
주는 GP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GP가 고장나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면 ILS 착륙을 하더라도
시계가 8백m 보다는 좋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교부 중앙사고대책본부와 대한항공은 사고 당시 현지에는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가운데 기상이 극히 불량했다고 밝히고 있다.

시계가 GP가 고장난 상태에서 착륙하는데 필요한 8백m 이상이 안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기체잔해 조사와 블랙박스 분석 등이 이뤄져야 알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상악화에 아가냐 공항의 착륙장비 고장이 겹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항공기 추락직전 기장이 섬싱롱(somthing wrong)이라는 마지가 교신을
남기고 교신이 끊겠다는 사실이 기체내에 이상이 생겼음을 추정하게 한다.

사고직후 하와이 호눌룰루의 미태평양 사령부에는 괌 공항관제탑으로부터
802편이 추락하기 직전,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연락도 있어 추락
직전 기내에 이상이 생겼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고를 낸 KE801편이 서울~괌을 통상적으로 운행하던 2백92석
짜리 A300기종이 아니라 3백85석짜리 B747-300 대체기종이어서 정비불량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지 항공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때 공항관제탑등 항공기 착륙유도
시설의 기능미비와 기상악화등이 겹쳐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측도 이와관련, 활주로 진입을 유도하는 공항자동 착륙시스템이
고장 났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미연방교통위원회(NTSB)의 짐 홀 위원장은 "아가냐 공항 당국이 악천후때
조종사의 착륙을 지원하는 글라이드 슬로프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에 의한 테러등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