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를 낳아 기를 여건이 안되는 미혼모들에게 무료로 출산과 산후
조리, 그리고 입양알선까지 해주는 곳이 있다.

경기도 용인군 외사면 장평리에 위치한 "생명의 집".

이 시설은 우리 사회에서 큰 죄의식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낙태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설립됐다.

미처 눈을 떠 세상을 바라볼 틈도 없이 소중한 생명들이 이름모를 병원
휴지통속으로 사그라져 가는 일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생명의 집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가톨릭 빈센트수도회가 운영하는 이 시설은 산일이 임박한 미혼모들이
남의 눈을 피해 생활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아이를 낳을 때는 수원 빈센트병원에서 무료로 출산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역시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성북동의 입양안내
시설과 연계, 원하는 집에 입양시켜준다.

산모의 산후조리는 물론 이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나 직장까지
주선해준다.

현재 이곳에서 돌보고 있는 미혼모들은 모두 15명.

대부분 앳된 티를 벗지 못한 10대들이다.

아이를 낳은 아이들이라는 얘기다.

잘못된 성지식, 어른의 무관심, 가정불화, 성폭력 등의 희생양들이다.

그러나 의외로 표정에 어두운 그늘이 없다.

무엇보다 담당 수녀님들의 정성어린 보살핌 덕분이다.

고등학교 중퇴후 계모 슬하를 뛰쳐나와 친구들과 자취를 하다 지난해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했던 이윤미(17.가명)양.

그녀는 이곳에서 딸을 낳아 입양까지 보냈다.

지금은 안성의 대기업 공장에 입사원서를 내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이양은 원장수녀를 친어머니처럼 따른다.

"지금까지 살아온 중에 처음으로 안식을 찾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곳에서 가르치는 꽃꽂이와 서예를 배우는데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처지가 같은 언니 동생들과 같이 있어 서로 의지가 된다.

생명의 집 사람들이 무얼 바라고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죽이지 않고 낳아주는 것만으로 고맙다"(원장 강기숙수녀)
는 것이다.

5년째 생명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강원장은 "그들의 종교와
상관없이 이곳을 찾는 미혼모들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보람"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요즘 생명의 집 수녀들은 한가지 걱정이 있다.

이곳을 찾는 미혼모가 올들어 반으로 줄어든 것.

우리사회에 도덕의식이 높아진 결과라면 다행이지만 낙태가 일반화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태아도 엄연한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낙태를 반대하지요"

그렇지만 강원장은 무엇보다 미혼모를 양산하는 사회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김주영 기자 >

생명의 집 연락처=0335-34-7168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