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를 써내는 회사에게 납품권한을 주는 공개가격경쟁입찰에서라도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것은 부당염매행위에 해당돼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7부 (재판장 이근웅 부장판사)는 3일 한국전력공사의
지리정보시스템(GIS)용 소프트웨어 공개입찰에서 단돈 1원을 제시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주)캐드랜드가 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공개경쟁입찰에 1원을 써낸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거래
여부를 심사받은 적은 있으나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회사가 1원에 공급하겠다고 한 소프트웨어의
시중판매가격이 21억여원이라는 사실이 인정된다"며 "가격경쟁입찰에서는
최저가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무상이나 다름없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경쟁사업자를 배제시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훼손시킬 수
있는만큼 공정거래위에서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회사는 모회사인 에스리사로부터 이 소프트웨어를
1원에 공급받기로 했기에 한전에 1원에 넘기더라도 염매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에스리사와의 계약은 소프트웨어의 시중판매가격을
감안할 때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삼성항공(주)이 항공우주산업사의
위성용 저해상도 카메라부품납품 공개입찰에 1원을 써낸 것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삼성항공의
1원응찰은 첨단기술 습득을 위한 것이었던 반면 이 사건의 소프트웨어는
단순물품이기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에스리사의 국내판매대리점회사인 (주)캐드랜드는 지난 95년 7월
한국전력의 지리정보시스템용 컴퓨터소프트웨어 납품요청을 받고 17억원을
요구했었다.

한전은 14억원을, 쌍용정보통신에서는 14억원을 제시하자 같은해 10월
두회사를 상대로 공개입찰을 부쳤고 캐드랜드는 1원을 제시했다.

이에 쌍용측은 이는 불공정거래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거래위는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참가하는 방법으로 경쟁사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