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진씨(가명.30)는 얼마전 찜찜한 일을 당했다.

단 3분도 안되는 사이에 불법주차로 딱지를 떼인 일.

그날 최씨는 고속도로를 향해가다 길거리 상점을 보고 잠시 차를 세웠다.

졸음을 쫓기 위해 캔커피를 샀다.

걸린 시간은 1분여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차앞에서 두 명의 주차단속요원을 본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한 명은 딱지를 붙이고 다른 한 명은 사진을 찍어댔다.

최씨가 해명에 열을 올린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면 이의신청하라"는 것 뿐이었다.

덧붙여 "우리도 이게 직업이다" "무조건 일정량을 끊어야 하니 사정을
봐줄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최씨는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민다.

마치 차있는 사람을 수입증대를 위한 "봉"으로 여기는 행정당국이
얄미워서다.

물론 차량이 늘면서 교통질서가 엉망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법주정차가 늘고 신호위반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운전행위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단속으로만 해결하려는 교통행정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딱지문화".

차량 1천만대 시대에 걸맞지 않는 도로풍경이다.

실제로 주차단속을 하는 각 구청마다 매일 이의신청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하나같이 최씨처럼 억울하다는 경우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12만3천여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이중 4만3천여건이 인정됐다.

부당하게 단속에 걸렸다는 푸념이 단지 엄살만은 아닌 셈이다.

지나친 과잉단속 탓이다.

더욱이 실적만을 올리기 위한 함정단속도 문제다.

아파트단지 입구에서 벌이는 심야 음주 단속이 전형적인 예다.

단속을 위한 단속이라는 불만도 그래서 나온다.

교통경찰 95.4%가 단속을 놓고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였다는 통계숫자도
이런 불신을 반영해준다.

스스로 행정신뢰성을 떨어뜨린 결과다.

그래서 운전자들도 "딱지"를 잘못의 대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재수"탓으로
돌린다.

과잉단속과 질서위반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젠 교통행정도 단속에서 제도나 시설개선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김경철 박사(서울시정개발연구원)는 "규제와 단속으로 교통질서를 확립
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이라며 "버스전용차로같은 곳은 컬러로
도색해 운전자들이 위반하면 불안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