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이 서로 짜고
수백억원대의 농산물을 불법유통,폭리를 취하는 등 조직적인 비리를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한 피해는 땀흘려 재배한 농산물을 헐값에 넘긴 생산자와
울며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온
셈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지난 94년 농수산물유통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안법) 파동 당시 도매법인 대표 4명이 구속된뒤 만 3년만에 재발됐다는
점에서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고질적 비리를 새삼 확인시켜줬다고 볼수 있다.

이번에 적발된 33명의 중도매인들은 대부분 가락시장내 거상들로 산지
생산자로부터 밭떼기로 싼값에 사들인 마늘 대파 총각무 등을 정상적인
상장경매를 거치지 않고 시기를 조절해가며 소매상들에게 판매하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도매법인 5개 업체는 중도매인들로 부터 돈을 받고 서류를 꾸며
정상적인 경매를 거친 물량인 것처럼 만들어줘 비리구조의 한 축을 이뤘다.

이들 5개 업체가 마늘 대파 총각무 등 세가지 품목에 대해 허위
경매시켜준 농산물은 업체당 각각 50억~1백30억원 (경매가 기준)에 달하며
부당하게 챙긴 수수료도 2억5천만~6억6천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일부 도매법인 대표는 생산자들에게 출하 선도금 등의 명목으로
매년 업체당 50억원 가량 배정되는 농안기금을 유용한 혐의도 추가로
밝혀졌다.

현재 가락시장내 도매법인은 대표가 구속된 5개 업체를 비롯해 모두
8개로, 이들은 농안법에 따라 출하주 (생산자 또는 수집상)로 부터
올라오는 농산물에 대한 독점적인 수탁판매권과 수탁된 농산물의 상장 및
경매 의무를 갖고 있다.

검찰은 또 농안기금 취급업무를 위탁받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특히 가락동도매시장유통관리공사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의
이같은 조직적.관행적 비리를 알고서도 금품을 받고 눈감아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중이다.

검찰은 유통관리공사가 비상장거래 감시단을 상설 운영하고도 적발건수가
전혀 없는 점을 주목하고 있으며 가락시장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시와 농림부도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유통비리의 핵심 역할을 한 중도매인들은 농안법 시행이
자신들에게 손해를 준다고 판단,불법 유통을 자행해 온것으로 드러났다.

중도매인들은 <>자신의 친.인척,직원 명의로 출하주 등록을 해 사실상
자기가 수집한 물건을 위장 출하하거나 <>개별적으로 산지에서 밭떼기로
사들인 물량을 받아 소매상에게 넘긴뒤 사후에 형식적으로 상장 경매를
꾸몄다.

검찰관계자는 "농림부가 오이, 호박 등에 대한 상장경매 의무화 전후
가격조사 발표를 보면 생산자인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상장후가
상장전 보다 2.5배 가량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중도매인들이 불법
유통을 통해 챙긴 폭리의 규모를 짐작케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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