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8위인 기아그룹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부도방지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주력 계열사가 있는 경기 전남 전북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기아는 특히 협력업체가 5천여개에 달해 진로 대농그룹의 부도유예협약
대상지정 때보다 지역경제에 훨씬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경기

기아의 주력 기업인 기아자동차 광명공장과 화성군 아산공장이 있는
경기지역에는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만 무려 1천5백여개에 달해 기아의 자금
결제가 제대로 안될 경우 연쇄부도사태가 일어날 수 있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기아 협력업체에 운영자금과 시설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는 경기도내 금융
기관들도 이들 협력업체가 연쇄부도 날 경우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도는 이에 따라 기아 협력업체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해 도내 기아그룹
계열사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 분석작업에
들어갔다.

도는 우선 경기은행에서 긴급차입할 1백억원과 지원대상자가 이미 확정된
중소기업 운전자금 가운데 일부인 2백억원을 기아 관련업체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도는 18일 도내 은행과 각 지역 상공회의소 및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 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기도내 기아자동차 협력업체들도 기아 쇼크가 몰고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16일 긴급 경영회의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전남

아시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광주지역과 전남지역의 지역경제는 아시아
자동차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가 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지역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시아자동차는 협력업체 3백20여개에 물품 구입회사까지를 포함하면 관련
업체는 무려 2만6천여업체에 달한다.

특히 78개 협력업체와 1천5백60개의 거래업체가 집중돼있는 광주지역의
경우 정상적인 결제가 안될 경우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사실상 부도처리된 아시아자발행 진성어음 4백90억 가운데 광주
지역 은행에 제시된 금액은 30억원 정도에 그치는데 반해 광주지역 협력업체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자발행 어음은 무려 6백억원 정도여서 모기업이
부도날 경우 영세업체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에 따라 16일 긴급 관계관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이번 기아그룹 부도유예 사태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다.


<>부산.경남

부산 경남지역 경제도 엄청난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중공업과 기아정기가 있는 창원지역이 직접 태풍권에 들어갔고
기아그룹과 거래관계가 있는 1천여 하청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권도 LG종금 3천5백억원 부산은행 9백30억원 등 모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기아계열사들에게 대출한 것으로 파악돼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출의 대부분이 무담보로 이루어져 해당 금융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구

대구지역금융기관들의 경우 대구은행과 대동은행은 기아그룹인 아시아자에
각각 3백억원과 4백억원의 회사채 지급보증을 했다.

제2금융권도 대구종금 3백50억원 경일종금 1백30억원 영남종금 1백50억원
등 금융권 여신만 1천5백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지역 전체 어음 발행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 1백10역개의 1차 부품협력업체들도 대금회수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체매출에서 많게는 20% 적게는 3~4%를 기아에 납품하고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주시하며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아와 비교적 거래액이 많은 평화산업의 경우 월간 13~14억원에 이르는
결재액의 현황과 계열사 전체의 납품액을 파악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산한
움직을 보이고 있다.

<>군산.전북

기아그룹내 주력 계열사 가운데 하나로 최대 적자회사로 이번 부도유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기아특수강이 있는 전북 군산지역도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북도와 군산시는 기아자나 아시아자와는 달리 협력업체가 적어
심각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희영.최수용.김태현.신경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