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태풍으로 인한 해일에 쓸려간 사고라도 운전자나 국가의
관리소홀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모든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약관에 태풍등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5부 (재판장 이융웅 부장판사)는 15일 사고난 자동차의
소유회사인 여수관광개발(주)이 사망자들에게 14억5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후 신동아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지급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수시는 재해대책업무지침에서 오동도관리사무소는
재해경보 발령시 전직원을 비상소집해 오동도지역을 통제하고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키도록 지시한 바 있다"며 "그러나 당시 관리소측은
직원들을 전혀 소집하지 않았고 단지 신속히 대피하라는 방송만 해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차량의 운전자인 서모씨는 방파제 위 도로 약 1백m에
20cm 높이로 물이 고여 있어 사고위험이 있는데도 관리소측의 대피지시에
따라 이 도로로 진입한 과실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보험계약에서는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운전자와 관리사무소측의 과실이 자연재해보다 더 1차적인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이사건의 경우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난 여수관광개발 소유 그레이스승합차는 지난 95년 여수시 수정동
오동도 방파제 도로를 지나던중 엔진고장을 일으켜 정차한 사이 태풍
페이의 영향을 받은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사망한 승객 16명의 유족들은 여수시와 운전자 서씨,
여수관광개발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 승소판결을 받았고
여수관광개발은 유족들에게 14억5천만원을 배상한 후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인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