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2백82억원대의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신청을 했던 부산 태화
쇼핑 김정태(53) 회장이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일 오전 8시께 부산 동래구 복천동 우성베스토피아 아파트 8동 301호
1층 출입구 난간에 태화쇼핑 김정태 회장(54.부산 진구 초읍동 선경아파트
7동)이 숨져있는 것을 경비원 박 모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지역 상공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로 최근들어 부산경제살리기
일환으로 범시민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는 태화백화점 살리기 운동이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회장의 이번 투신자살은 지난달 16일 태화쇼핑이 부산지방법운에 법정
관리신청을 한 뒤 법원의 재산보전처분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개인자산을
내놓으라는 부산 동남은행 등 은행채권단들의 압박에 시달려온데 따른
것으로 회사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회사 김독석 부사장은 "김회장이 최근 2백억원대의 개인재산을 태화
쇼핑 재산으로 등기해 사실상 내놓을 만한 큰 재산이 없다며 괴로워해왔다"
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친밀한 거래관계를 가져온 동남은행이 한국신용정보
(주)에 태화의 기업신용평가를 의뢰한 결과, 회생불가라는 통보가 내려져
재산보전처분결정 동의를 반대, 법정관리신청이 사실상 불투명해진 것도
이번 사태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회장은 지난 2월 작고한 선친 김갑진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지난
74년 태화극장과 태화슈퍼마켓 대표로 경영에 첫발을 디딘 2세 경영인이다.

사업이 번성하자 김회장은 지난 82년 태화쇼핑을 개장하면서 유통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해도 태화를 자본금 1백71억원, 종업원 6백50명 규모로
확장시켰으며 연간 2천억원대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 부산지역 최대 유통
업체로 키웠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태화는 신관과 덕천동에 제2호점 건립을 추진하다
1천억원대에 이르는 빚을 끌어다 쓰다 자금압박이 가중돼 부도처리됐다.

채권은행단들은 "최종 결정은 법인이 할 것이지만 경영평가상 태화가
당분간 롯데 현대 등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 회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법원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재산보전처분 결정에서
찬성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회장은 선친에 이어 부산의 대표적인 기업인으로 활동하면서 부산시
자문위원과 상의 감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부산 불교실업인회장 등을
두루 맡아왔다.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