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는 자신의 금품수수사실이 알려질까봐 보안에 극도의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동만 한솔그룹 부사장에게 맡긴 50억원에 대해 이자조로 매달
5천만원을 받을 때는 발행된지 몇 달이 지난 헌수표로 전달받았다.

물론 다른 사람의 이서가 있는 10만원권짜리만 사용됐다.

현철씨에게 월정금으로 6천만원씩을 제공했던 동문기업인들이 돈을
건넬때는 서울시내의 특급호텔 식당이나 현철씨의 단골술집이 주로
애용됐다.

주석을 마련해 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돈봉투를 건네주기 위한 것.

돈을 줄 때도 술자리도중 현철씨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대화에 열중한
틈을 이용해 현철씨가 벗어놓은 상위 안주머니에 수표가 든 봉투를 슬쩍
넣어줬다.

받는 순간의 어색함을 피할 수 있고 주는 쪽도 보안을 지키는 방법으로는
안성마춤인 셈이었다.

이들 동문기업인들은 검찰조사에서 "처음에 돈봉투 받는 것을 어색해
하더니 나중엔 의례껏 그러려니하는 눈치더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철씨는 10만원권 헌수표나 현금을 선호한 이유에 대해 "주는 쪽이
알아서 한 것으로 부피가 커 수표로 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답변했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