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차..."

춤이나 음악얘기가 아니다.

자동차 얘기다.

요즘 어딜가나 자동차가 만원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는 그야말로 "주차장"이다.

그만큼 거리는 교통체증이 심하다.

하늘에서 보면 "딱정벌레"로 꽉찬 모습과 흡사할 것이다.

등록된 자동차대수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질만 하다.

지난 6월말 현재 9백96만4천대에 달하고 있다.

1천만대 돌파가 초읽기 상태에 있는 것이다.

오는 15일께는 이러한 기록이 세워지게 돼 있다.

이는 분명 하나의 "사건"이다.

전쟁의 폐허와 보릿고개를 넘어온 "쉰세대"의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광복 당시 자동차 수는 7천3백86대에 불과했다.

그것도 남북을 합친 숫자다.

1백만대를 넘어섰다고 흥분한 때가 85년이었다.

그랬던 게 92년에 5백만대를 돌파했다.

가히 폭발적인 세포분열이다.

과거 몇십년간의 변화가 90년대 들어서는 1~2년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 자동차 보유대수 추이를 볼 때 그렇다.

배부른 한국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경제성장의 부산물이다.

개인소득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는 사치품에서 생필품으로까지 다가왔다.

대학생들도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

맞벌이부부가 많아지면서 여성운전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기동성이 좋아지면서 주말이면 레저인파로 북적된다.

인구 4.7명당 자동차 한대.

6.5명당 승용차 한대.

1.5가구당 한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15번째의 자동차 1천만대 보유국.

물론 가슴뿌듯한 일이다.

겉으로는 일단 부자나라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1천만대의 한국 한국인의 자화상은 어떤가.

자동차 문화에 관한한 한국인은 후진국이며 야만인이다.

한국인의 난폭운전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한국에 갈 때는 자동차를 조심하라"는 외신보도들은 이제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교통사고 대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전쟁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죽어가고 있는 게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한해에 1만2천7백명이 개죽음을 당한다.

"날아다니는 흉기"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조금만 양보하면 될 것을 서로 머리부터 디밀고 들어온다.

그러다 접촉사고라도 나면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워놓고 침튀기며
싸운다.

그러다보니 곳곳에 혼잡과 정체가 빚어진다.

교통혼잡비용은 16조원(96년)에 달한다.

주차장 역시 태부족이다.

주차문제로 주민들의 마찰이 주택가 곳곳에서 빈발한다.

주차전쟁 시대다.

자동차 1천만대시대의 한국.

과연 어디로 가야만 하나.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