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규모 4의 지진발생이후 일주일간 청와대를 포함한 기상청
과학기술처 등 관계부처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번 지진의 진앙지가 두차례나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월성, 고리원전
인근의 양산단층대가 진앙지란 사실이 최종 확인되면서 관계부처의 직무
유기 내지는 조직적인 진앙지 은폐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상청과 과기처의 입장이 전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인되고 있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사실을 인지한지 10분뒤인 당일 오전 4시 속보를 내고
22분후 지진기록지 분석을 통해 동해인근 해상으로 진앙지를 발표했다.

자원연구소의 분석결과와 다르다는 과기처의 전화연락과 자체분석을
토대로 오전 9시45분 포항 남동쪽 해상으로 수정발표했다.

그러나 과기처는 그것도 틀리다는 통보를 했다.

청와대 과기처 기상청 관계자는 다음날 진앙지 수정경위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그 뒤 5일만인 2일 오후 8시께 기상청은 새 진앙지를 발표했다.

기상청은 지진발생 당일 과기처로부터 진앙지가 틀리다는 말만 들었을뿐
정확한 위치는 통보받지 못했으며 자원연구소의 관측자료도 자원연의 컴퓨터
고장으로 인해 30일 오후 5시에나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과기처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당일 오전 9시5분 자원연의 분석에 따른 정확한 진앙지 좌표를 불러줬다는
것이다.

미국 지질연구소도 당일 오전 자원연과 유사한 분석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밝혔고 기상청도 이를 확인했음을 인정했다.

기상청은 모든 자료를 갖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분석자료가
없다며 발표를 늦춘 셈이다.

기상청은 마지못해 진앙지를 수정하게 될 경우 공개발표한 관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기상청이 사실을 알고도 발표하지 않은게 과연 그때문일까.

진앙지가 고리, 월성 원자력발전소와 가까운 지점이고 그것도 활성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양산단층부근이어서 청와대 과기처의 의도대로 감추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지진에 대한 대국민 통보업부는 기상청에 있다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쉬쉬한 것은 지진발생 다음날 모여 협의까지한 청와대와 과기처쪽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지적이다.

김재일 <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