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기원(67)씨가 대하역사소설 "광화문" (전 7권 대교출판)을
완간했다.

왕권회복을 내건 대원군의 개혁정책과 그 좌절의 드라마를 당대
권력구조와 연결시킨 정통 역사소설.

격동의 구한말, 최고권력을 향한 파워 엘리트들의 경쟁과 복잡한 국내외
상황이 오늘날의 정치현실과 오버랩돼 있다.

"권력의 속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요.

개혁은 한약으로 병을 다스리듯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진행시켜야
성공합니다.

일도양단식의 개혁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조선왕조의 멸망은 명분과 실질의 괴리, 형식과 내용의 상반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두 대목이 지나치게 엇갈리면 허위와 위선이
만연하고 사회적 통합이 무너지게 마련인데 대원군은 이를 알고 과감한
개혁으로 모순을 고치려 했다"고 말했다.

"대원군은 조선왕조 수백년을 통틀어 리더십을 발휘한 몇 안되는
통치자였지만 시대를 잘못 만났죠.

개혁을 통해 정치안정을 도모하면서 시대변화에 대응하려 했지만 왕비
민씨를 비롯한 척신세력과의 권력투쟁에서 심신을 소모해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개혁정치에는 일종의 미학이 있어요.

그것은 방법론의 문제라기 보다 빙공영사 (공적인 일을 빙자해 개인의
이익을 꾀함)하지 않은 그의 인간성에서 우러난 것이지요"

작가가 대원군의 개혁정책 성패보다 존재양식에 매력을 느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변 국가들의 이권다툼과 개화세력의 이합집산, 민씨의 세도정치 등
안팎으로 혼미를 거듭하는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국가존망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하는 부분이 흥미를 더한다.

이 작품은 한말의 역사인식을 올곧게 제시하면서도 옛말의 묘미를
살리고 풍성한 이야기를 극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료와 복식 언어 보학등에 대한 고증을 철저하게 거쳐 기존 야사류
역사소설과도 차별화된다.

서씨는 "신문연재를 시작한 3년 전부터 날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 것
같다"며 "앞으로 역사소설은 좀 쉬고, 요즘 세태를 다룬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