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부터 시행될 "청소년보호법"이 이래저래 말썽이다.

출판계에서는 성인만화를 지정된 곳에서만 팔 수 있다는 조항 등에
반발하고 있고 방송계에서는 청소년 시청시간대(낮1시~밤10시)의 지정이
편성자율권을 침해한다고 야단이다.

영화 비디오 등 문화산업계도 청소년보호를 내세워 갑작스레 들이닥친
정부의 칼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도 퍼지고
있다.

물론 청소년을 음란물이나 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이 법의 취지는
충분히 납득된다.

문제는 이 법의 제정이 입법예고 등 충분한 사전조율없이 의원입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신한국당 박종웅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가을 갑자기 만들어져 3월
임시국회때 통과됐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부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는 미처 손을 댈 여유없이
법안이 마련된 셈이다.

문체부는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때도 의원입법으로
처리했다.

이때문에 외부에서는 문화체육부가 단독으로 다루기 힘든 법안을 의원
입법을 통해 만드는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94년 "영상진흥기본법"을 만들 때 몇몇 부처에서 문화체육부가 이 법의
운영주체가 되는데 대해 심하게 반발한 적이 있다.

문화체육부는 당시 이른바 파워(?)가 약한 부처임을 실감한 만큼 의원
입법을 통해 필요한 법령을 제정하는 전략을 도모하는 것인지 모른다.

다른 부처에서 문체부의 이같은 작업을 모델케이스로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합의하면 의원입법을 통해 훌륭한 법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법안이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법으로 만들어지면
"이상"만을 강조해 "현실"을 무시한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춘호 < 문화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