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기나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각종 위조사건이 늘면서 현금대용으로
사용하는 정기주차권이나 상품권 등을 발행하는 기관들이 위조방지대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위조사건이 빈발하면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업소에서는
자기앞수표 받기를 꺼리는 등 불신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18일 서울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위조지폐사건 등이
잇따르자 오는 20일부터 남산 1,3호터널에 은박지선을 삽입한 쿠폰을
사용키로 했다.

이 은박지선은 컬러복사를 하면 검은 선이 그어지도록 고안돼 위조를 할
경우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이에따라 쿠폰 제작단가도 11매짜리 한 묶음이 종전 77원에서 2백38원으로
3배이상 오르게 됐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최재실 과장은 "차량이 지나가면서 쿠폰을
제시하기 때문에 위조할 경우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며 "요즘 각종 위조
사건이 빈발하고 있어 예방차원에서 특수고안된 쿠폰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최근 주차장 요금이 인상되면서 공영주차장 정기권의 위조
사례가 나타나자 정기권 색깔을 매달 바꿔 위조에 대응하고 있다.

은행들도 자기앞수표의 위조방지를 위해 최근 10만원짜리 자기앞수표의
바탕 색깔을 종전 분홍색에서 노란색으로 바꿨다.

상품권을 발행하는 유통업체들도 대응책마련에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권 위조방지를 위해 10가지 식별장치를 삽입했고
금강제화도 위조가 불가능하도록 홀로그램을 상품권에 붙여 발행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업체들은 국내기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품권발행을
외국업체에 맡기고 있다.

특히 위조사건이 늘면서 상점 등에서는 비교적 위조품에 대한 식별이
어려운 자기앞수표 받기를 꺼리는 현상도 늘고 있다.

기본적으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즉시 은행에 전화를 걸어
수표번호를 조회한 뒤에야 결제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은행업무시간이 끝난 오후 5시이후에는 아예 수표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대학로에서 L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금근수씨(35)는 "수표조회를 하면
가끔 기분 나빠하시는 손님들도 있지만 최근 위조사건이 하도 많아 혹시나
해서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