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붕은 어디인가.

거대 도시 서울의 하늘을 가리고 있는 고층빌딩들은 어느 곳에 많을까.

미국 뉴욕시 맨하튼구처럼 마천루지대가 따로없는 서울에선 고층빌딩이
특정 거리를 대변해 주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자치구등은 교통과 도시 미관문제가 켕기면서도 높은 빌딩을
갖고 싶은 속내를 애써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시내에 20층이상 고층 건물은 모두 1백33곳.

이중 시청이 소재한 전통의 중구가 호텔롯데 등 41개의 고층빌딩을
떠안고 있어단연 "서울의 지붕" 소리를 들을 만하다.

중구엔 두산빌딩 (소공동50.20층) 대우센터 (봉래2가128.29층)
삼성빌딩본관 (태평로2가250.26층) 외환은행본점 (을지로2가181.24층) 등
주요 대기업의 본사건물이 밀집돼 있어 빌딩높이만으로 봐도 우리경제사의
중심축이 돼 왔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다음은 29곳의 강남구.

80년대 후반부터 고층으로 뒤덥히기 시작한 이곳은 54층짜리 무역센터
(삼성동 676)를 필두로 인터콘티넨털호텔 (삼성동1 59의8.33층)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역삼동676.24층) 등 주로 호텔 업무시설 오피스텔
등이 밀집돼 있다.

세번째는 영등포구로 22곳이 있으며 모두 "한국판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여의도에 포진해 있다.

이곳엔 현존 최고층 빌딩인 63빌딩과 LG쌍둥이빌딩 (34층)을 비롯
대한투자신탁(23층) 쌍용증권(30층) 한화증권(27층) 전경련회관(21층)
등이 있다.

크게 봐서 고층빌딩군은 중구 강남 영등포 등 3개 권역이 몰려 있는 것.

그다음은 서초(15개) 송파 종로(7개)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이런판도는 조만간 깨질 공산이 크다.

중심상가로 거듭나고 있는 마포와 목동신도시를 끼고 있는 양천 등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

양천의 경우 오목공원 주변 목1동일대에 40층짜리 오피스텔인
목동현대그랜텔을 비롯 20층이상 빌딩 12곳이 잇따라 착공된다.

또 서울의 부도심개발계획과 신청사 이전 계획등에 따라 왕십리권도
새로운고층빌딩군으로 떠오를 조짐이 커 서울의 하늘은 더 좁아지기만
할 것같다.

서울의 20층이상 고층빌딩은 지난 60년대엔 중구 삼각동 115번지
경기빌딩 등 3곳에 불과했으며 70년대에 충무로 3가 60번지 극동빌딩
(22층.78년) 등 20곳이었다.

이후 80년대에 38곳이 더 늘었지만 대부분 (71곳)은 90년대 이후 출생한
건물들이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