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핵심사업장인 한라중공업 노조가 28일 임금교섭을 앞두고 노사
화합선포식을 갖고 무쟁의를 결의했다.

강성사업장으로 평가받아온 이 회사 노조의 무쟁의 결의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산업현장에 화합분위기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라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 전남 영암군 삼호면 소재 삼호조선소에서
정몽원 회장 최길선 사장 김병수 노조위원장을 비롯 임직원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세기 초일류기업을 향한 노사화합선포식"을 갖고 올해
임금협상을 분규없이 무쟁의로 타결키로 합의했다.

노사는 이날 대회에서 불황이 심화되고 대기업마저 잇따라 쓰러지는 등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노사화합을 통한 경쟁력확보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올해는 무쟁의로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품질개선 및
생산성향상에 주력해 21세기 초일류사업장을 만들자"고 결의했다.

민주노총 소속인 한라중공업노조는 금년초 노동법총파업을 적극 전개해
회사측이 근로자들을 대량 고소하는 등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은 바 있다.

노동부관계자는 "강성사업장인 한라중공업노조의 무쟁의 결의는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 있지만 국내노사관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을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이번 무쟁의선언으로 다른 사업장 노사협상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라중공업노조는 지난 26일 대의원대회를 개최, "무쟁의노사화합선언"
여부를 놓고 7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이 나지 않자 27일 이
문제를 찬반투표에 부쳐 찬성 43표, 반대 22표로 가결했다.

한라중공업 노사는 30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갖고 한자리수의 임금인상에
합의할 예정이다.

< 영암=최수용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