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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그룹은 흔히 얘기하는 재계의 신데렐라 기업군에 속한다.

창업 26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90년대 이후 그 성장의 행보가
빨랐고 어느새 30대 그룹을 넘보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원은 크리스찬인 박성철(57) 회장의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기업문화"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이제 신원맨들의
상징이자 슬로건처럼 인식되고 있다.

최근 신흥그룹들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악성루머로 속상해 있는 박회장을
본사 김기웅 산업1부장이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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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전남 신안 출행(40년)
<>목포고 졸업(63년)
<>산업경제신문사 논설위원(70년)
<>신원통상 설립(73년)
<>한국무역협회 이사(81년)
<>고려대 행정대학원 수료(83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87년)
<>한국의류산업협회 부회장(90년)
<>국민일보, 극동방송 이사(94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회장(96년)

-지난 85년 신원이 1억달러 수출 달성으로 금탑산업훈장을 타던 때 뵙고
12년만입니다.

그동안 흰머리를 제외하면 거의 늙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박회장 : 열심히 일하고 늘 감사하며 살다보니 세월이 가는 것도 몰랐던
모양입니다.

젊어 보인다니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 않군요.

-정말 열심히 하시더군요.

이제 그룹규모가 12년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커졌습니다.

<>박회장 : 그렇습니다.

12개 계열사에 지난해 매출액이 1조2천억원을 넘었으니까요.

업종도 패션 외에 건설 정보.통신 환경 등으로 다양해졌고요.

이들 4대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의류유통(신원유통) 중전기(광명전기) 등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주력업종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얻을수 있는 사업들이죠.

나머지 금융과 광고 등은 그룹의 지원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사업다각화를 하되 어느 것도 방만하게 벌인 사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업다각화를 위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자칫
그룹전체의 부실화가 초래될수도 있습니다.

M&A전략은 어떻게 세워두고 계십니까.

<>박회장 : 신원은 그룹 전체의 사업전략상 꼭 필요한 기업만 사들입니다.

충남이동통신(현 신원텔레컴)과 지원산업(현 신원인더스트리)은 주력업종인
통신과 환경사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했습니다.

제일물산(현 신원JMC)은 유통을 보강하기 위해 사들였습니다.

광명전기 역시 건설업과 승수효과를 일으킬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인수
대상이었죠.

-의류 외에 건설업체로서도 꽤 명성을 쌓으신 것 같더군요.

<>박회장 : 아파트 건설로는 업계에서 꽤 실력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신원종합개발이 분당 까치마을에 지은 아파트가 최우수 단지로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3년정도 후에는 해외건설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국내 최고의 건설회사로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사업다각화를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아직 의류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요.

<>박회장 : 아직은 그렇습니다.

전체 매출중 의류부문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의류시장이 침체국면에 빠졌는데, 신원도 타격이 있겠습니다.

<>박회장 : 완전히 비껴갈수야 없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의류업체들과는 달리 신원은 수출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내수와 수출이라는 양날개를 조절해가면서 의류사업을 운영해왔죠.

따라서 내수쪽이 부진하다 해도 수출을 이용해 헤쳐나갈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의류업계에서 중요한 것은 재고와 판매의 조절입니다.

양쪽의 조화를 꾀하기 위해 신원은 내수를 해외시장과 연계하는 전략을
생각해냈습니다.

브라질 미국 홍콩 필리핀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등과 연결해 국내에서 팔고난
재고를 이들 지역에 수출하는 것이지요.

덕분에 내수부진을 해외쪽으로 돌려 숨통을 틀수 있게 됐습니다.

-수출은 괜찮은 모양이지요.

<>박회장 : 아주 좋습니다.

올 4월까지 수출목표가 9천5백만달러였는데 실제로는 1억4천만달러어치를
팔았으니까요.

목표치를 1백70%이상 초과달성한 셈이지요.

이런 추세라면 올해 4억달러 수출목표를 넘어설 것이 확실합니다.

-수출경쟁력을 유지할수 있는 비결을 좀 들려주십시오.

<>박회장 : 일찌감치 세계화에 나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임금이 싼 곳에서 질 좋은 옷을 만들어 좋은 가격조건으로 내다 파는
것, 이것만이 국내 고임금화의 벽을 뛰어넘는 돌파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6년전부터 해외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온두라스 중국에서 공장이 돌아가고 있고 오는 7월에는 과테말라
공장이 완공됩니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중에는 현지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삐그덕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신원은 문제가 없나요.

<>박회장 : 모두 성공적입니다.

기존 공장이 모자라서 계속 늘려가고 있을 정도니까요.

중국은 1백만달러, 인도네시아 80만달러, 온두라스 70만달러씩 연간 이익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문도 1년이상 분량씩 꽉 차있어요.

오는 7월 가동에 들어가는 과테말라공장은 문도 열기전에 월 1천만~1천5백만
달러짜리 주문이 1년반정도 확보돼있습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공장도 1년분계약이 끝난 상태입니다.

중국은 최근 1천5백평을 증설했는데도 주문에 맞춰 물건을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잘 됩니다.

-요즘과 같은 불황기에 정부가 제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불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정부가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요.

<>박회장 : 고금리 문제를 해결하는게 시급합니다.

국내 금리는 다른나라에 비해 2배이상 높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때 기업의 순익이 2%이상 떨어진다는 분석을 보면
고금리가 기업경영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수 있지요.

이래서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악성루머도 기업경영의 독소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성장폭이 컸던 중견그룹들에 루머가 집중되는 인상이 짙습니다.

<>박회장 : 루머가 한국경제 전체를 갉아먹고 있어요.

건실한 기업에까지 악영향을 줄 정도로 루머의 피해가 심각한 지경입니다.

-루머의 진원지가 도대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박회장 : 불황과 루머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루머는 불황때 나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쟁업체가 잘나가면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동업종내에서
시기와 질투가 나오게 마련이지요.

시장경쟁뿐 아니라 외국업체와의 제휴나 수주를 따내는데까지 악성루머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기업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루머가 생기는 것 아닌가요.

<>박회장 : 기업경영에는 모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안전만 추구한다면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됩니다.

힘들여 기업을 키울 필요가 없지요.

경영이란 국가경제의 성장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험은 발전의 요소가 돼야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험이 루머의 원인이 되고 루머가 기업을 죽이고 있지요.

불황을 발전의 호기로 활용하려면 이래서는 안됩니다.

-워낙 악성루머가 확산되다보니 이제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
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회장 : 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같은 민간단체가 단합해서 관.민 합동
으로 루머근절에 나서야 합니다.

악성루머는 근원지를 찾아내고 경제사범으로 중징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의 탓만 할 수는 없겠죠.

이런 어려운 시기에 기업들은 어떤 경영을 해야하겠습니까.

<>박회장 : 기업체질을 수익성 위주로 바꿔야 합니다.

국내의 고임금화에도 버텨나갈수 있을 만큼 품질도 높이구요.

사실 불황은 기회라고 볼수도 있습니다.

불황때 어떻게 전략사업을 키우느냐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일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력업종을 잘 선택해 자원을 집중시키는게 중요하죠.

방만한 사업다각화는 금물입니다.

-신원은 기독교색이 짙은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만큼 경영철학도 남다를 텐데요.

<>박회장 : 개인적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청지기 사명을
가지고 기업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경영자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재산을 맡아 운영하는 관리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유는 하늘에 있는거죠.

-직원들중 기독교 신자 비율이 얼마나 됩니까.

<>박회장 : 전체의 60~70%쯤 됩니다.

그러나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을때 기독교 신자로만 제한을 두지 않고요.

단지 직원들에게 기독교적 정신을 기본으로 일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죠.

그러다보니 입사이후 신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사와 각 계열사는 물론 신원의 해외공장에까지 모두 예배실이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공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신원그룹 전체 25개 사업장에서는 매주 월요일에 일제히 조회를 겸한 예배를
봅니다.

직원들도 신앙심이 깊어지면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덕분에 신원이 이만큼 클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시는 운동은 있습니까.

<>박회장 : 매일 새벽 3시반에 일어나 새벽예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다음 6시반쯤 회사에 출근해 신원본사 10층 옥상에 있는 기도실에서
기도를 한뒤 일을 시작합니다.

일요일에도 주로 교회에서 보내구요.

그러다보니 운동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다만 골프장(신원CC)을 운영하는 경영자로서 고객에 대한 예의차원에서라도
골프는 쳐야겠다 싶어 몇년전부터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핸디는 어느 정도 되십니까.

<>박회장 : 18정도 될까요.

그저 어울려 칠수 있는 정도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박회장 : 신원은 26년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의류수출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일의 패션제품을 만들어봤습니다.

자연히 노하우가 쌓였지요.

이제는 자체기술로 브랜드와 디자인을 개발해서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파리 밀라노 런던 도쿄처럼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신원의 패션제품을 보고
첨단유행을 가늠할수 있을 정도로 세계 일류 패션업체로 키우고 싶은게 꿈
입니다.

건설과 정보.통신, 환경 등의 나머지 주력사업도 균형있게 성장시켜 앞으로
3~4년후에는 30대그룹에 진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 정리=노혜령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